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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을 바라보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13 조회수 3132

해인동문지 법문

미투운동을 바라보며

 

/감로사 주지. 실상문학상 이사장

 

성폭력 피해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잇달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최근 체육계로까지 번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 간 연대를 위해 진행되는 미투운동은 정치계, 학계, 예술계, 체육계 등 우리 사회 전반에 더 이상 권력이나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이나 성추행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남을 폄하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 정보를 흘려 선량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도 있어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확한 증거나 사실관계를 따지기도 전에 소문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 마녀사냥 식으로 한 사람이 매장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특히 도덕적으로 신망을 요구받는 위치에 있는 사회지도자들에게 일방적인 폭로성 소문은 또 하나의 문제가 되고 있다.

3천 년 전 석가모니부처님, 당신도 이런 일을 겪으신 적이 있다.

부처님과 교단의 명성이 서서히 커지자 사위성의 외도들은 생계를 염려할 지경이 되었다. 바른 수행과 바른 법문으로 보시를 받는 스님들로 인해 수행자의 겉모습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존경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도들은 부처님과 스님들을 시기하던 중 외도들의 사주를 받은 친차라는 여인이 부처님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하였다.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몸에서 마치 빛이 나는 것 같다는 칭송을 듣던 친차는 부처님을 비방하는 일에 선뜻 나섰다.

기원정사 근처에 은신처를 만들어 둔 친차는 날이 어두워지면 기원정사에 가는 척하였고 이른 새벽이면 기원정사에서 나오는 척하였다. 그러다 사람들과 마주치면 마치 큰 비밀이 있는 것처럼 굴었다. 친차가 정말 아름다웠기 때문에 처음에 사람들은 기원정사를 찾는 그녀를 볼 때마다 황홀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친차의 이상한 행동이 계속되자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누군가가 그녀를 붙들고 도대체 기원정사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차는 은밀하게 속삭였다.

부처님과 잠을 자고 나오는 길입니다.”   친차의 말을 들은 사람들을 깜짝 놀랐으나 그녀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워낙 엄청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달 후 친차는 마치 임신을 한 것처럼 배에 천을 감고 돌아다녔다. 친차의 배가 눈에 띄게 불러오자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다. 이에 질세라 친차는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자신이 부처님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떠들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이윽고 9개월이 지났을 때 친차는 둥그렇게 깎은 나무를 배에 천으로 묶어 만삭인 것 같은 몸으로 대중 앞에서 설법을 하시는 부처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친차의 당당한 모습을 본 신도들은 당황하여 그녀와 부처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어쩔 줄을 몰랐다. 친차는 아무 말 없이 앉아계신 부처님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저는 당신 때문에 아이를 가졌습니다. 이제 출산일이 다가오는데 당신은 집도 마련해주지 않고 음식도 준비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은 나와 즐거움은 함께했으면서 어째서 아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으십니까?”

친차여, 네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하고 너밖에 없다.”

물론입니다. 당신과 나만이 알고 있는 결과가 바로 이것입니다.”

보름달처럼 보이는 배를 부처님에게 들이밀며 친차가 표독스럽게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진실공방을 놓고 서로 소곤거리기 시작하였고 신도를 가장하여 앉아있던 외도들은 이때다 싶어 소란을 피웠다. 그 순간, 부처님이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을 알게 된 제석천왕은 하얀 쥐로 모습을 바꾼 뒤 친차의 빨간 치마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허리에서 바가지를 고정하고 있던 끈을 물어뜯었다. 그 순간 보름달 같던 친차의 배가 쑥 꺼지며 둥근 바가지가 땅으로 떨어졌다. 친차의 말이 거짓임이 만 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친차의 거짓말에 분노한 사람들은 그녀를 기원정사 밖으로 내쫓았다. 친차의 두 발이 기원정사 밖으로 나간 순간 땅이 두 갈래로 갈라지며 무간지옥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친차는 지옥의 뜨거운 화염에 싸인 채 지옥으로 떨어졌다.

무고한 사람들이 미투운동으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쓰는 피해를 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거짓말은 반드시 밝혀지기 마련이다. 또 순다리라는 여인이 부처님을 모함했을 때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7일만 기다리라 했다. 그리고 7일 후 사실이 밝혀졌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종교인이나 교수, 사회지도자, 선생님, 가정을 지키는 부모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잘못된 부분을 적나라하게 대서특필하는 사회의 풍조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것을 조용하게 처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사회지도자들의 비행을 파헤쳐서 까발리면 우리 사회에 불신풍조를 조장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어 극히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속에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인 오계만 잘 지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선정적이고 적나라한 이야기를 보도하면서 존경받고 신망을 받아야 할 지도층에 권위가 무너지면 우리 사회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번 미투운동으로 우리 사회가 더욱 청정해지는 계기를 맞이하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 종교인이나 교수, 선생님 등 사회지도층의 권위가 실추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는 일도 중요하다 할 것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세상일은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다. 숨긴다고 숨겨지는 일도 아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가해자든 피해자든 섣불리 덤비지 말고 7일 동안 침묵으로 대처하신 부처님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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