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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食貪)-부산여성뉴스 칼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11-03 조회수 5256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23


예전에 곡기(穀氣)를 끊고 며칠 동안 술만 계속 자시다가 임종하는 어르신들을 본 적이 있다. 곡기를 끊으면 죽는다. 곡기는 육신의 생명줄이다. 우리는 영양을 섭취해야 생명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다. 먹는 일은 숨을 쉬듯이 멈추어서도 안 된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의 욕구 가운데 식욕은 수면욕이나 성욕만큼이나 강하다.

요즘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 아니 다니는 곳이 없다. 텔레비전에도 유명한 요리사들이 나와서 보기 좋고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며 미각을 자극한다. 보기 좋은 음식이 맛있다지만 입에 달고 번드르르한 음식들이 다 몸에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음식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기능에 충실해야지 음식이 더욱 더 달콤하고, 더 매콤하고, 더 기름진 쪽으로 지나치게 식욕을 돋우기 시작하면 그만큼 음식은 우리 마음속에 탐욕도 자라게 한다. 우리의 마음에 탐욕이 하나, 둘씩 자라나게 되면 그것이 습관이 되고, 집착이 되어서 자신을 병들게 한다.

식욕이 과도해 탐내는 마음이 늘어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이기심이 늘어난다. 음식에 대한 탐욕 때문에 죽어서는 아귀(餓鬼)로 태어나는 과보를 받기도 한다. 아귀라는 귀신은 몸은 태산만큼 큰데 목구멍은 바늘구멍보다 작아서 눈앞에 산해진미가 있어도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어 끝없이 굶주리는 고통을 반복한다. 그 고통이 얼마나 크겠는가.

스님들은 음식을 도(道)를 닦는 약으로 알고 대한다. 스님들은 음식을 만드는 일도, 차리는 일도, 음식을 그릇에 담는 일도, 음식을 남기는 일도 수행으로 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스님들은 음식을 음식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그 속에 깃든 정신을 먹는다 하겠다.

음식을 들면서 탐욕심을 경계하고, 오로지 깨달음을 이루는 좋은 약[良藥]으로 생각한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농부로부터 음식을 조리한 사람의 노고까지 헤아리며 은혜에 감사하고, 음식을 들기에 자신의 덕행이 부족함을 부끄러워한다. 공양을 마치면 발우를 씻고 남긴 맑은 물을 굶주림의 고통을 받는 아귀들에게 베푼다.

요즘 사람들을 보면 음식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탐닉하면서 정작 자신의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데는 인색해 보인다. 참 이상한 일이 다. 마음이 허약하면 신체의 질병보다 더 큰 고통이 따르는데도 정작 마음을 살찌우는 데는 관심이 덜하다. 허약하거나 빈곤한 마음은 자신을 해칠 뿐 아니라 사회를 병들게 한다. 고위 공무원의 부패, 남녀 간의 일탈, 천륜을 거스르는 친족 간 범죄 등 모두가 마음의 결과가 아닌가.

얼마 전 식탐을 끊게 하겠다는 부모의 손에 여섯 살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 아이가 정말 음식에 집착했다면 그 아이는 음식만큼이나 부모의 사랑도 배고팠을 것이다. 그것을 알지 못한 부모의 가난한 마음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빈곤을 읽는다.

음식을 먹어 건강한 육신을 만드는 만큼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일에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 음식을 사랑하듯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음식을 찾듯이 양서를 찾고, 음식을 먹듯이 홀로 명상도 해보자. 그렇게 마음을 사랑해야 삶이 거룩해진다.
• 혜총스님 / 감로사 주지. 실상문학상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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