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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부산여성뉴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4-11 조회수 4507
부산여성뉴스 /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눈높이

일수사견一水四見이라는 말이 있다.
똑같은 물이지만 물고기에게는 집으로 보이고, 인간에게는 마실 물이나 생활용수로 보인다. 하늘나라 사람들에게는 유리로 된 보배궁전으로 보이고, 배고픔의 고통에 허덕이는 아귀들에게는 마실 물이 피고름으로 보여서 마시지를 못하고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에게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로 보인다는 말이다. 각자가 쌓아온 업業에 따라 똑같은 물이라도 이렇게 달리 보인다.

어떤 눈을 가지고 사는가에 따라, 어떻게 세상을 보며 사는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사람이 사람의 눈을 가지지 못하고 짐승의 눈을 가지면 짐승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이 도둑의 눈을 가지면 도둑이 될 수밖에 없고, 살인자의 눈을 가지면 살인자가 되고 만다. 어른이 천진한 아이의 눈을 가지면 세상은 온통 동심의 세계로 보이지만 아이가 어른의 눈을 가지면 애늙은이가 된다.

부처님은 탁발을 하실 때에 칠가식七家食이라 해서, 어느 집에서 시작하든지 시작한 데서부터 가리지 않고 차례대로 일곱 집을 방문해 음식을 비셨다. 일곱 집을 방문했는데도 밥을 얻지 못하면 그냥 돌아오셨다. 그런데 부처님 제자 가운데 가섭 존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복이라도 더 짓게 하려고 가난한 집만 찾아다녔고, 반면에 수보리 존자는 가난한 집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부잣집만 찾아다녔다.

이것을 아신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가리지 말고 차례대로 일곱 집에서 밥을 빌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는 형상에 집착해 보지 않고 모든 존재는 평등한 성품을 지녔음을 아셨기 때문에, 빈부귀천의 차별을 떠나서 차례대로 일곱 집에서 걸식하셨던 것이다. 부처님께서 차례대로 밥을 비시는 이 모습을 통해서 제자들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을 대할 때 모두가 평등한 성품을 지니고 있음을 몸소 보여 주셨던 것이다.

세상은 온통 휘황찬란한 모습으로 우리를 자극하고 유혹한다. 남녀가 자신의 용모를 잘 보이기 위해 수술을 마다하지 않고, 진학을 앞둔 수험생이나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이 자기소개서를 거짓으로 꾸미기도 한다. 이렇게 거짓으로 잘 포장해서 남을 속이고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를 보고 누굴 탓해야 할까.

진실을 좇으려는 노력을 세련되지 못하다고 하지는 않았는가. 진실만으로 승부하려는 젊은이를 조롱하지는 않았는가. 우리는 눈앞의 형상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보고 판단할 때 진실한 모습을 보기 어렵다. 진실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만 세상을 온전하게 살 수 있다.

물속의 물고기가 목이 마를까. 인도의 시인 까비르는 이런 말을 했다. "물고기가 물속에 있으면서 목이 마르단다. 입만 벌리면 물이 들어오는데 목이 마르다 한다. 이 얼마나 안타깝고 우스운 일인가."

우리는 눈만 뜨면 행복이 지천으로 깔려있는데도 물속에 사는 물고기처럼 늘 불행하다고 한다. 왜곡된 안경을 쓰고 보면 가치관이 전도되고, 그 전도된 가치로 행복의 기준을 판단하기 때문에 희망보다 불편부당한 사회만 보인다. 자신의 눈을 교정하지 못하면 세상은 굴절돼 보이게 마련이다. 

• 혜총스님 / 감로사 주지. 실상문학상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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