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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속의 말馬 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3-11 조회수 3926
실상문학 2014년 봄호

불교 속의 말馬 이야기

혜총스님/ 전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감로사 주지

말[馬]은 십이지 동물 가운데 용과 호랑이와 함께 튼튼한 육체와 활기 넘치는 힘의 화신입니다. 12지의 일곱 번째 양陽을 상징하는 동물인데 경오庚午, 임오壬午, 갑오甲午, 병오丙午, 무오戊午 등으로 순행하며, 시각으로는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방향으로는 정남正南, 달로는 음력 5월에 해당합니다.
말은 오랜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살아온 친근한 가축 가운데 하나입니다. 신화시대에는 신성하게 여겨 숭앙되었습니다. 신라의 박혁거세, 고구려 주몽 등 국조國祖가 탄생할 때에 항상 상서로움을 나타내는 주인공이었고, 그 날렵함과 용맹스러움 때문에 수많은 전쟁터를 누볐을 뿐 아니라 교통과 운송수단으로서 우리 인류의 발달에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세시풍속에서는 말을 여섯 가축의 하나로 인식하고 정월 상오일, 10월 말날에 특별히 말을 위해 제물을 차리고 고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심지어 우리조상들은 다른 가축들의 고기는 먹었지만 말고기는 먹지 않고, 말이 죽으면 따로 무덤까지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불교경전 속에도 말과 관련한 설화나 부처님의 말씀이 여러 군데 나옵니다. 특히 부처님께서 싯다르타 태자시절 아꼈던 백마 칸타카(Kanthaka, 건척)는 <불본행집경> 등 경전의 여러 곳에서 등장하는 준마駿馬였습니다.
불교적 입장에서는 말이나 소, 사슴, 개, 원숭이, 앵무새 등 짐승도 사람과 같은 불성을 가진 불성체로 보고 존중합니다. 뿐만 아니라 불교는 부처님의 전생담 자타카나 백유경 등 많은 곳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비유를 통해 모든 존재가 인간과 같은 불성을 가진 생명으로서 그 존엄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1. 싯다르타 태자의 애마 칸타카

싯다르타 태자의 부왕인 정반왕은 태자가 출가하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자 이웃나라 선각왕의 딸 야소다라공주에게 장가를 보내고자 청혼합니다. 그런데 선각왕은 이미 여러 이웃나라 국왕들로부터 청혼받은 처지여서 정반왕의 청혼을 받아들이기가 참으로 난처했습니다.
이에 수심이 가득한 아버지를 보고 공주가 무술시합을 개최해 가장 뛰어난 사람에게 시집가겠다고 합니다. 이에 싯다르타 태자가 무술시합에 나가게 됩니다. 출가하기 전 싯다르타 태자는 무예가 출중했는데 그때 싯다르타 태자는 왕궁의 모든 말 중에서 가장 명석하고 빼어난 애마愛馬 칸타카와 항상 함께했습니다.
결국 싯다르타 태자는 자신의 애마 칸타카를 타고 무술시합에 나가 기마궁술 시합에서 자신의 사촌 데바닷타를, 승마시합에서 또 다른 사촌 아누룻다를, 그리고 검술시합에서는 이복동생 난다를 이겼습니다. 이렇게 태자가 승리한 데는 뛰어난 준마, 칸타카의 힘이 컸습니다.

그러나 야소다라와 결혼한 싯다르타는 고통 받는 백성들을 근본적으로 해방시킬 수 있는 길이 없을까 하는 문제에 대한 심각한 고뇌를 거듭하다 마침내 출가를 결심합니다. 어느 날 싯다르타는 시종 찬타카(차익)와 함께 모두가 잠든 밤에 칸타카를 타고 성문을 나섭니다. 이때 칸타카가 날뛰어서 다가갈 수 없자, 태자가 칸타카의 등을 가만히 어루만지면서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나고 죽음에 윤회하던 것 이제야 끊으려 한다. 칸타카야, 나를 도와다오.
도를 얻으면 너를 잊지 않으리라."

게송을 들은 칸타카는 말발굽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하게 성문 밖으로 나갔다 합니다. 싯다르타태자는 날이 새기까지 말을 달려 아노마 강을 건넌 후 찬타카에게 돌아가라고 명합니다. 말에서 내려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너는 이제 이미 나를 건네주었다."고 말하면서 자비스런 눈으로 찬타카 바라보니 마치 깨끗한 물로써 씻은 듯했습니다. 그리고 찬타카에게 말합니다.

<불소행찬>에 의하면,
"준마가 나는 듯이 달릴 때 너는 언제나 말 뒤에 붙어 있었다. 너의 깊은 공경심과 부지런함과 노력과 게으르지 않음에 감사하노라. 다른 일은 더 이상 따질 것 없고 너의 참 마음만을 취할 뿐. 마음으로 공경하고 몸으로 견뎠으니 이 두 가지를 지금 비로소 처음 보노라.

사람은 마음에 지극한 정성 있더라도 몸의 힘이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고 힘이 견뎌도 마음이 따르지 못하는데 너는 두 가지 갖추어 세간의 영화와 이익 버리고 걸어서 나를 따라 왔구나.
어느 누가 이익을 바라지 않으랴! 이익이 없으면 친척도 떠나는데 너는 이제 속절없이 나를 따라서 현세의 갚음을 구하지 않았구나! 사람들이 자식을 낳아 기름은 조상의 대를 잇게 하기 위함이고 왕을 받들어 공경하는 까닭은 기른 은혜 갚으려는 생각이니라. 이 세상 모두들 이익을 구하는데 너는 홀로 이익을 등지고 사는구나!

지성스런 말은 번거롭지 않나니 지금 간략하게 너에게 말하리라. 네가 나를 섬기는 일은 이미 끝났다. 지금 이 말을 타고 돌아가거라. 나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오면서 구하던 것을 이제야 얻었느니라."

이에 찬타카가 곁에 남겠으니 말이나 돌아가게 해달라고 울먹이자 애마 칸타카도 꿇어앉아 눈물을 흘리면서 태자의 발을 핥고는 물도 마시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이에 애마의 마음을 알아차린 태자가 게송으로 타일렀습니다.

"몸이 강하여도 병이 들면 꺾이고 기운이 왕성하여도 늙음이 오면 쇠하며
죽어지면 살아서 이별하거늘 어찌하여 세간을 즐기겠느냐!"

이에 찬타카는 칸타카를 타고 카필라성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카필라성으로 돌아온 칸타카는 성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태자가 출가한 동쪽 문 앞에서 죽고 맙니다. 경전에 따르면 칸타카는 나중에 브라만 계급의 인간으로 환생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2. 말과 관련한 경전말씀

부처님의 말씀 중 말을 비유로 든 내용을 보면 주로 정진과 수행을 나타냄을 알 수 있습니다. 정진력은 깨달음으로 가는 원동력입니다. 불성을 가진 존재가 정진을 통하지 않고는 깨달음을 이룰 수 없습니다. 따라서 말을 정진에 비유함은 당연한 부처님의 선택이라 하겠습니다.

세상에 혹 어떤 사람이 부끄러워할 줄을 능히 안다면
권유할 만한 사람이라 하리니
마치 좋은 말에 채찍질하듯
또한 훌륭한 말에 채찍질하듯
도에 나아가되 멀리 가게 할 수 있다. <법구경 도장품>

 
아난아, 이 세상에는 네 가지 종류의 말이 있느니라.
채찍을 휘두르는 그림자만 보아도 내달리는 말이 있고,
채찍이 털끝을 스칠 때 달리는 말이 있고,
몸에 채찍이 떨어져 아픔을 느낄 때 달리는 말이 있고,
아픔이 골수에 사무치도록 아프게 때려야
비로소 달리는 말이 있느니라. <보적경>


3. 경흥국사 문수보살 친견설화

<삼국유사> 경흥국사조에 보면 말과 관련한 설화가 있습니다. 경흥국사는 신라시대 존경받는 스님이었습니다. 당시에 조정에서는 경흥국사를 나라의 어른으로 모시고 크고작은 일을 항상 경흥국사에게 여쭈었기에 스님은 궁궐을 출입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경흥국사가 입궐하기 위하여 오늘날 자동차와 같은 말을 타고 가는데 웬 거칠고 남루한 모습을 한 수행자가 지팡이를 짚고 등에는 마른고기가 가득 들어있는 광주리를 지고 경흥국사 일행의 곁을 지나갔습니다.
이에 경흥국사의 시자가 이를 보고 꾸짖었습니다.
"너는 수행자의 옷을 입고서 어찌 부정한 물건을 짊어지고 가느냐?"
그러자 그 수행자가 대답했습니다.
"두 다리 사이에 살아있는 고기를 끼고 다니는 사람도 있는데 이까짓 것 시장의 마른 물고기 몇 마리 지고 간다고 뭐가 대수요?"
남루한 차림의 수행자는 이렇게 대답하고 가버렸습니다. 경흥 스님이 이 말을 듣고 보니 그 수행자가 범상치 않아 보여 그를 쫒아 가보라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남루한 수행자는 경주 남산의 문수사 법당 앞에 이르러서 어디론지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를 뒤쫓던 시자가 문수사 법당 안을 들려다보니 불상 앞에 그 광주리와 지팡이가 놓여있었는데 알고 보니 마른 고기는 소나무 껍질이었습니다.
시자가 와서 이 사실을 고하자 경흥국사는 크게 탄식하며 말했습니다.
"대성 문수보살이 내가 말을 타는 것을 경계하셨구나!"
경흥국사는 그 뒤로는 다시는 말을 타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흥국사 스님처럼 깨달음은 말에서도 오고, 두두물물頭頭物物 일상의 순간순간에서 오므로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야 합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뜬구름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불자는 항상 현재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갑오년 청마의 해를 맞이해 말처럼 진취적인 마음으로 우리의 삶을 가꾸어 갑시다. 우리의 삶을 깨달음의 세계로 이끄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불자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을 더욱 가다듬어 행복의 문을 열고 구하고 원하는 바대로 모두 이루시고 구경에는 성불하는 좋은 인연공덕이 무량하길 부처님 전에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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