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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3-07 조회수 4846
부산여성뉴스 /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27/


옛날에 두 양반이 고기를 사러 푸줏간에 갔다. 먼저 도착한 김양반이 고기를 주문하는데 "이놈 막동아, 고기 한 근만 다오." 했다. 주인은 아무 말 없이 고기 한 근을 썰어 저울에 달아 건넸다.

뒤를 이어 최양반이 고기를 주문했다. "여보게 박서방, 고기 한 근만 주시게." 최양반도 고기를 받아들었다. 그런데 김양반이 보니까 아무리 보아도 최양반이 받아든 고기가 훨씬 많아 보였다. 그래서 푸줏간 주인에게 따졌다. "어이 막동이, 똑같이 한 근을 주문했는데 최씨에게 준 고기는 왜 저렇게 많나?"

그러자 푸줏간 주인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아하, 고기를 준 사람이 다릅니다, 김양반님께 드린 고기는 '이놈 막동이'가 드린 것이고, 최양반님께 드린 고기는 '여보게 박서방'이 준 고기입니다. 그러니 다를 수밖에요." 대답을 들은 김양반은 자신의 허물이 큼을 알고 아무 말도 못하였다.

세상이 어수선하고 살림이 빡빡할수록 사람들 간에 오가는 말들도 메마르고 거칠어지기 쉽다. 한 마디 말이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에도 자신의 얼굴 가꾸기는 애쓰면서 말씨를 곱게 써서 자신의 품격을 높이려는 노력은 덜한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내뱉는 말이지만 말은 입을 떠나면 허공에 박혔다가 다시 자신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날아들기도 한다.

말은 가려해야 하지만 꼭 필요할 때는 목숨을 걸고라도 직언해야 한다. 조선시대 연산군은 신언패를 만들어 신하들의 목에 걸게 하고 자신에게 듣기 싫은 말을 원천적으로 못하게 했다. 원각사를 폐사해 기생의 숙소로 만드는 등 궁궐에서 임금의 음란행이 극에 달했지만 아무도 충언하지 못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김처선이란 늙은 내관은 달랐다. 어느 날 김내관이 죽기를 각오하고 입을 열었다. "늙은 몸이 네 임금을 섬겼지만 고금에 상감마마와 같으신 분은 없었사옵니다." 이 말에 분기탱천한 연산군은 활을 쏘아 김처선의 갈비뼈를 뚫었다. 김내관은 계속해서 임금에게 간했다. "늙은 내시가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겠습니까만 상감마마께서 오래도록 임금 노릇을 할 수 없게 될 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그러자 연산군은 화살 하나를 더 쏘아서 다리를 부러뜨리고는 일어서서 걸으라고 명한다. 이에 김내관은 "상감께서는 다리가 부러져도 걸어 다닐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연산군은 결국 김처선의 혀를 잘라버렸다. 연산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처선의 양자를 죽이고, 재산을 몰수하였으며, 칠촌까지 벌을 주고, 그의 부모 무덤을 뭉개버렸다. 뿐만 아니라 김처선의 이름인 처(處)와 선(善) 두 글자를 온 나라에서 쓰지 못하도록 했고, 그의 집을 철거한 뒤 못을 파고 죄명을 새겨 집 옆에 묻고 담을 쌓았다 한다.

슬픈 역사는 오늘날에도 이어진다.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지금의 관료와 정치인들을 생각해본다. 모두가 대통령이 잘못이라고 돌멩이를 던지고 어서 내려오라고 야단이다. 과연 그들은 아무런 허물이 없는가. 대통령이 그렇게 되도록 방기하거나 권력에 빌붙어 살지는 않았는가. 목숨을 던져 살신성인하는 충신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국가의 큰 재앙이 발생했겠는가 싶다.

한 마디 말이 시대와 만민을 구할 수도 있다. 이 땅의 모든 공직자들은 꼭 명심해야 하겠다.

• 혜총스님 / 감로사 주지. 실상문학상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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