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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색 비구니 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3-26 조회수 6960


 

기구한 운명의 연화색


석가모니부처님 제자 가운데 연화색이라는 비구니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연꽃처럼 아름다웠지만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란 말처럼 세 번 결혼했지만 모두 실패한 후 왕사성에서 몸을 파는 창녀가 되었습니다. 최선을 다하여 남편을 사랑하고 가정을 아꼈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기구한 일들이 벌어지는 바람에 연화색은 운명에서 도망치듯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첫 번째 남편은 연화색의 친정어머니와 눈이 맞아 정을 통했습니다. 기가 막힐 일이었습니다. 괴로워하는 연화색 앞에서 뻔뻔하게 사실을 인정하는 남편과 살 수 없었던 연화색은 어린 딸을 두고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처받은 연화색을 이해하며 아끼고 사랑했던 두 번째 남편은 연화색이 두고 나온 딸을 둘째 부인으로 들였습니다. 물론 그 남편은 자신이 들인 둘째 부인이 연화색의 친딸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저 아내를 닮은 젊은 여자에게 반했을 뿐이었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으나 참으로 가혹한 운명이었습니다.

 

다시 집을 떠난 연화색은 목숨을 구해준 세 번째 남자와 부부가 되어 자신의 삶을 속죄하듯 그의 아들을 정성껏 길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아들의 며느릿감으로 남편이 골라온 처녀가 바로 연화색의 손녀였습니다. 두 번째 남편의 딸 부부와 사돈이 된 것입니다. 아들의 결혼식이 있던 날, 충격을 견딜 수 없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집을 뛰쳐나와서 헤매던 연화색이 도착한 곳은 바로 마가다국의 수도 왕사성이었습니다.



부처님을 만난 연화색


지친 몸으로 숲 속에 쓰러진 연화색은 정신을 차린 후 하루하루 몸을 팔며 살아갔습니다. 기구한 운명을 겪었지만 워낙 빼어난 미모를 지닌 덕분에 연화색은 금방 왕사성 최고의 창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외도들이 부처님과 부처님교단의 명성을 깎아 내리기 위해 연화색을 찾아와 목련존자를 유혹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연화색의 과거를 알지도 못한 채 부나비처럼 달려드는 수많은 남자들을 겪어왔던 연화색은 남자를 유혹하는 데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까짓 남자 하나 유혹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 여긴 연화색은 외도들이 건네는 돈을 받고 목련존자에게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신통력으로 연화색의 과거와 고통을 모두 꿰뚫어 본 목련존자는 자비심과 측은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존자는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연화색에게 아무리 아름다운 육신이라도 한 꺼풀 아래에는 피고름으로 가득 차 있으며 언젠가 썩은 물을 흘리며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러운 운명에 지쳐 자포자기했을 뿐 본래 선근(善根)과 총명함이 있었던 연화색은 목건련 존자의 법문을 듣자 벼락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동안 삶에 지치면서 어두웠던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목련존자에게 간청하여 부처님을 뵙기를 청했고, 존자의 인도에 따라 부처님을 뵌 후 그 자리에서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었습니다.



연화색의 전생 업보


출가 사문이 된 연화색은 이제까지의 번뇌와 마음의 짐을 모두 내려놓고 누구보다 열심히 용맹정진하며 빠른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누구보다 겸손했고 자신의 과거를 감추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아무리 열심히 정진해도 마음을 짓누르는 과거의 번뇌를 지울 수 없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너무나도 가혹한 업보 때문이었습니다. 정진이 깊어질수록 연화색은 출가 전 기구했던 삶의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한 연화색은 어느 날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눈물을 쏟으며 여쭈었습니다.

 

부처님, 저는 무슨 인연으로 제 어머니와 딸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또 여러 많은 남자들을 상대하는 창녀가 되었다가 오늘 이렇게 부처님 법을 만나 출가하게 되었습니까?”

 

이는 오랫동안 자신을 짓눌렀던 아픔이었습니다. 연화색의 마음을 읽은 부처님은 자비로운 모습으로 그녀의 전생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옛날 한 부유한 장자가 있었다. 마음씨도 곱고 성품도 착했던 그는 무엇보다 뛰어나게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덕분에 그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여인들의 구애를 끊임없이 받았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욕망과 쾌락을 즐겼다.

 

결국 여인에 취한 그는 아내를 배반하고 홀로 된 장모와 정을 통했다. 그리고 아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두 여인을 모두 버리고 나와 많은 여성들을 농락하며 살았다. 여인들에게 몸과 마음을 빼앗는 것을 업으로 삼고 여인들이 주는 돈으로 한가롭게 살아가던 그는 결국 돈이 모두 떨어지자 여인들을 유혹하는 남자 기생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그는 여인들을 유혹하기 위해 몸단장을 곱게 하고 여인들이 많이 모인 산에 갔다. 산에는 꽃놀이를 즐기러 온 여인들이 구름처럼 많았다. 그곳에서 그는 한 사문을 만나게 되었다.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지만 삭발한 사문의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이에 자신도 모르게 끌려 사문 앞에 무릎을 꿇고 가르침을 청했다. 그리고 사문의 법문 한 구절을 듣고 마침내 작은 깨달음을 얻어 그 자리에서 다음 생에 반드시 부처님을 만나 남녀의 애욕과 은애에서 벗어나 해탈하기를 바랍니다.’ 하며 서원을 세웠다.

 

그 남자 기생이 바로 연화색의 전생으로 서원에 따라 부처님을 만나게 되었지만, 여러 여인들을 농락했던 업장이 무거워 과보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연화색은 더 이상 자신의 인생을 비관하거나 원망하지 않게 되었고, 스스로를 괴롭혀 왔던 집착과 고통에서 마침내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된 연화색은 인과(因果)와 연기(緣起)에 대한 끊임없는 사색과 정진을 통해 마침내 아라한과를 얻고 이를 게송으로 남겼습니다.


나는 진정 마음을 정복하였다.

나는 여섯 가지 신통력을 체득했다.

창날 같고 칼날 같은 운명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현하였다.

쾌락의 즐거움은 모두 무너지고

무명(無明)의 암흑 덩어리는 산산이 부서졌다.

마라(악마), 이와 같이 알아라.

그대는 나에게서 완전히 패배하여 소멸되었다.

 


연화색의 마지막


아라한과와 신통력을 성취한 후에도 연화색은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깍듯하게 존경했습니다. 흉년과 기근이 들자 굶으면서까지 자신이 탁발한 음식을 비구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다가 쓰러지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교단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연화색의 최후는 참으로 거룩했습니다.

 

연화색은 부처님을 해치고 교단을 차지하려 했던 반역자 제바달다의 손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처님이 지나가시는 길에 바위를 떨어뜨리고, 술 취한 코끼리를 풀어놓기도 했던 제바달다는 부처님이 매번 무사하시자 약이 바짝 올랐습니다.

 

어느 날 그는 부처님의 몸에 직접 상처를 내기 위해 손톱에 독약을 바른 후 사원으로 향했습니다. 부처님께 향하는 제바달다를 본 연화색은 길을 막은 채 악행을 멈추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제바달다는 연화색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이 주먹을 온몸으로 맞은 연화색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으나 이를 스스로 극복하고 아라한과를 성취하고 고귀한 죽음을 맞은 연화색 비구니의 이야기는 인과(因果)가 얼마나 엄중한 지를 보여줍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인과를 가볍게 여기고 함부로 살면 반드시 그 과보는 자신이 받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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