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TT


해당 게시물을 인쇄, 메일발송하는 부분 입니다.
의 게시물 상세내용 입니다.
꿀만 따 가시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10-04 조회수 4211

생활법문

 

꿀만 따 가시라

 

공부할 때는 꿀을 찾는 꿀벌처럼 해야 합니다.

절에 와서 기도하고 참선하고 법문 듣고 염불하기에도 바쁜데, 신도들 가운데는 불교를 스스로 비방하고, 스님들 잘하고 못하는 것 험담하고, 어느 신도는 어떻고 하면서 뒷 담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물론 불교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도 있고, 도반들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면서 우의도 다지고 하는 것은 좋지만 그런 이야기가 지나치면 기도하는 마음, 정진하는 마음에서 멀어집니다. 그런 일은 아무 이익도 되지 못합니다. 부질없는 짓입니다.

 

절에 오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복 받으러 오는 것 아닙니까?

복 받으려면 부처님께서 좋아하시는 일을 많이 해야 복 받습니다. 부처님께서 좋아하시는 신도는 아시다시피 기도하고 자기 수행에 힘쓰고 정성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벌이 꿀을 따러 가서 아름다움에 취하고 맛에 취하고 향기에 취하면 집에 올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벌이 꿀을 따러 갔다가 꽃향기에 취해서 흐느적거리고, 맛에 취해 흐느적거리고 있다면 꿀을 따서 집에 갈 수 없습니다.

 

천수경의 여래십대발원문에 보면 원아불퇴보리심(願我不退菩提心) - 나는 결정코 이제 보리심을 여의지 않기 원입니다.’ 하는 서원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세우신 이 서원은 대단히 중요한 서원입니다. 보리심은 진리의 마음입니다. 참 마음입니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입니다. 이 보리심을 단 한순간도 잊지 않겠다는 결정적인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허망한 희론, 허망한 말, 망령된 생각에 빠지면 보리심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절에 왔으면 꿀을 따가는 벌처럼 부처님께서 시설해놓은 꿀만 따 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요, 불보살님의 가피를 입을 사람입니다.

 

어떤 소리가 들려도, 어떤 모습을 보아도, 나는 귀가 없고, 눈이 없고, 입이 없다는 마음으로 나의 육근을 닫아걸고 오로지 공부하는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무상심심미묘법 백천만겁난조우無上甚深微妙法 百千萬劫難遭遇

아금문견득수지 원해여래진실의我今聞見得受持 願解如來眞實意

가장 높고 가장 깊은 미묘한 법이여,

백천만겁 오랜 세월 만나기 어려워라.

나 이제 그 법 만나 듣고 보고 지니오니,

여래의 진실한 뜻 이해하기 원입니다.”

 

여러분이 부처님 법을 만난 것은 백천만겁이란 오랜 세월 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겨우 만나 행운입니다. 이 행운을 만났으니 부처님의 진실한 말씀을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쏙쏙 빨아들여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급합니다. 우리는 시시각각 죽음이라는 불이 번져오는 집 안에서 천진하게 놀고 있는 아이와 같습니다. 그러니 불속에서 나올 수 있는 방도를 알려주시는 부처님을 믿고 불속에서 속히 빠져나와야 합니다.

 

큰절 선원의 현관에 들어서면 조고각하(照顧脚下)’라거나 간각하(看脚下, 발밑을 살펴라)’라고 쓰인 팻말을 볼 수 있습니다. ‘조고주의한다.’, ‘살펴본다.’란 뜻이고, ‘각하발 밑이란 뜻입니다. 따라서 조고각하발밑을 조심하라’, ‘발밑을 주의해 소홀히 행동치 말라는 뜻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 ‘자기를 반성하라는 말입니다.

 

한 수좌가 각명(覺明)선사에게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은 무엇입니까(如何是祖師西來意)?”하고 물으니 네 발 밑을 보라(照顧脚下).”고 대답했습니다. 불도는 멀리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곳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자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말고, 헛된 망상에 빠지지 말고, 부질없는 말 하지 말고 눈앞에 떨어진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보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경책의 말씀입니다.

 

오로지 공부할 뿐이 되어야 합니다.

오로지 기도할 뿐이 되어야 합니다.

오로지 꿀을 딸 뿐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안 되고 자꾸 부질없는 생각을 하니까 기도 성취도 안 되고, 가정에서도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고 걱정 근심이 쌓이는 것입니다.

 

저 무덤덤한 담벼락을 한번 보십시오.

무덤덤한 담벼락이지만 저 벽은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습니다. 저 담벼락에다가 위패를 수없이 붙여 놓아도 뭐라 합니까, 부처님을 모셔놓았다고 뭐라 합니까? 벽화를 그려 놓았다고 뭐라 합니까? 담벼락은 무덤덤하지만 자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담벼락이 없으면 법당을 이룰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도 그런 신도가 되어야 합니다. 무덤덤한듯하지만 부처님께 정성스럽게 공양 올리고, 스님 법문 듣고, 기도 열심히 하는 그런 신도가 되어야 합니다.

 

달마스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외식제연(外息諸緣)하고 내심무천(內心無喘)하며

심여장벽(如心墻壁)하면 가이입도(可以入道)하니라.

 

바깥으로 모든 인연을 다 끊어버리고

헐떡거리는 마음을 다 쉬어 버리고

마음이 장벽과 같이 담담하면

도에 이를 수 있다.

 

절에 와서 부질없는 말을 하는 것도 삼가야 하지만 수행하는데 있어서나 살아가는 일상생활에서도 장벽과 같은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기도를 하면 성취될까 안 될까? 이걸 할까? 저걸 할까? 의심이 많으면 성취가 안 됩니다. 마음을 허공같이 비워서 자기 본분의 일을 꾸준하고 충실하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남편은 남편 일을 할 따름이어야 합니다.

아내는 아내 일을 할 따름이어야 합니다.

자식은 자식으로서의 일을 할 따름이어야 합니다.

 

아침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떠올라서 대지를 비추는 태양을 보십시오. 얼마나 위대합니까? 아무 것도 바라지 않으면서 한없는 햇살을 생명들에게 비추는 태양처럼 오로지 할 뿐, 할 따름으로 살다보면 성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혜총스님 / 감로사 주지. 실상문학상 이사장

download : 첨부된 파일이 없습니다.
이전글 :   구렁이 뼈를 묻어주다
다음글 :   수월관음도
리스트
게시물 수 : 337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327 성품   관리자 20.03.12 3,950
326 구구(久久)   관리자 20.02.17 3,557
325 나의 스승, 물   관리자 20.01.15 3,863
324 귀신   관리자 20.01.08 3,976
323   관리자 19.12.04 3,415
322 허운선사의 참선요지   관리자 19.11.25 3,485
321 아름다운 노년   관리자 19.11.11 3,166
320 행복한 죽음   관리자 19.11.04 2,841
319 절벽에서 떨어져 살아나다   관리자 19.10.28 2,767
318 선무도 35주년 법어   관리자 19.10.21 2,866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