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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의 등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20 조회수 2989

부산여성뉴스 /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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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의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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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면수심의 범죄가 빈번한 우리가 사는 세상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나친 욕망으로 세상이 병들어가고 아파하고 있다. 헛소문을 퍼뜨려 한 사람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심각한 아픔을 주기도 한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진실보다 눈앞에 보이는 물신숭배로 불신의 세상은 도무지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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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니쉬가 쓴 어떤 책 속의 우화가 생각난다. 여름 내내 땀흘려가며 양식을 쌓아온 들쥐는 겨울이 와도 걱정이 없었지만 게으름 피우며 노래만 부르던 파랑새는 겨울이 오자 먹을 것이 없어 들쥐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들쥐의 냉정한 거절로 파랑새는 죽었다고 한다. 한편 걱정 없이 잘 살 것 같던 들쥐 역시 파랑새의 노랫소리가 끊기자 삭막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정서가 불안해져 식욕을 잃고 결국은 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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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이익과 나만의 행복만을 쫓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이 메말라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빗댄 이야기 같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관계를 맺고 사회를 형성하면서 살아간다. 결코 혼자만 행복해질 수 없다.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웃에 누가 사는지 이웃이 아파 죽어 가는데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웃과 따뜻한 대화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사는 것이 지금 우리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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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누구에게나 고통의 연속이다. 누구나 다 작은 상처 하나씩은 간직하고 산다. 누구나 아파하고 고민한다. 하지만 모두가 겪고 있는 고통이지만 때론 주위의 따뜻한 도움으로 치유될 수 있다. 서로 작으나마 베푼 정성이 지쳐 쓰러져가는 누군가의 인생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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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떤가? 받기를 원할 뿐 먼저 베푸는 것에는 인색하다. 철저하게 계산적이고 자신에게 이득이 없는 한 주위의 눈총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외면한다. 말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데 익숙하다면서 실상은 거짓으로 일관한다. 기도해주는 입보다 도와주는 손길이 거룩하다는 말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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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니십니까?”

당신이 나와 부딪치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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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놀라운 말이 아닌가?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장님이야말로 살아있는 성자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철주야 노고를 아끼지 않는 성자들이 많다.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면서 우리도 그들을 닮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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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넘어진 자를 따뜻하게 보듬어 일으키는 마음으로 한번 시작해보자. 주저하지 말고 먼저 손을 내밀어 장님의 등불이 가슴에 타오를 수 있도록 해보자. 배려는 마음씀이다. 물질적인 것을 넘어 자애로움과 다정함을 나누는 일이다. 작은 배려가 화합을 이루고 세상에 행복의 꽃을 피우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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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총스님 / 감로사 주지. 실상문학상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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