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법문

왜 악한 사람이 잘 사나요?

부처님 당시에 사상가들은 운명론이나 마음껏 쾌락을 누리며 살라는 쾌락주의를 가르쳤는데 부처님은 이를 비판하시고, 이들의 가르침을 경계하셨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인과법칙은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따른다는 것입니다. 허허벌판 한가운데서 쏟아지는 비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착한 일에는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오고, 악한 일에는 나쁜 결과가 옵니다.

그 결과를 낳는 근본행동을 업(業)이라 합니다. 업은 ‘의도를 가진 행동’입니다. 업에는 몸으로 짓는 신업(身業), 입으로 말로써 짓는 구업(口業), 마음으로 짓는 의업(意業), 이렇게 삼업(三業)이 있습니다. 부처님은 절대자의 섭리나 정해진 운명을 부정하고, 모든 결과는 인간의 의지와 행동에 따라 이루어지므로 운명은 개척할 수 있고, 삶의 결과는 바로 자신의 책임이라 하셨습니다. 이것이 불교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의지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출신이나 삶의 조건조차도 사실은 자신의 업에 따른 과보입니다. 그러나 업은 운명론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과거의 업에 구속될 수도 있지만, 그것을 개척하는 강력한 원력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굳센 의지와 원력을 세워서 나의 업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진리를 좇아 살려고 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생활 속의 습관을 바꾸어야 합니다. 습관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인생이 바뀝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는 이치는 우리 생활의 모든 곳에 해당합니다. 모든 행위나 모든 존재는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독불장군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착한 업을 짓는 일이 중요합니다. 내가 착한 업을 지으면 그 업이 또다른 좋은 열매를 가져다줍니다. 그 좋은 열매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좋은 인연의 씨앗이 되고 더 크고 좋은 열매로 연결됩니다.

그와 반대로 나쁜 업을 지으면 나쁜 결과의 열매를 만나게 됩니다. 그 나쁜 열매 또한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또 다른 나쁜 인연의 씨앗이 되고 더 큰 고통의 결과를 불러옵니다. 그래서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참회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통스러운 과보를 낳는 악업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미혹(迷惑)입니다. 번뇌에 물들어 진리에 어둡고 마음이 흐려져 악업을 짓게 되고, 그로 말미암아 과보를 받습니다. 반대로 진리와 깨달음을 지향하는 마음, 보리심(菩提心)은 선업을 낳고, 그 결과로 선한 과보를 받습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생이나 과거에 길든 나쁜 습성과 잘못된 행동을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참회하고 바로 수행하면 깨달음을 이룰 수 있습니다.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삼업(三業)의 과보는 매우 엄정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이것이 인과율(因果律)입니다. 악업을 많이 지을수록 자신의 삶이 고통스러워지고 선업을 쌓을수록 삶은 자유로워 장애가 없어집니다. 결국 이 세상의 행복과 불행, 오는 세상의 행복과 불행도 모두가 나 자신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선한 일을 했는데 왜 당장 좋은 일이 생기지 않고, 악한 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당장 악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지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 그것은 좋은 원인이나 악한 원인을 심었지만 조건이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쁜 짓을 하고도 당장 벌을 받지 않는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악업을 지으면 서서히 악한 결과가 나를 조여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이 세상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법칙입니다.

『법구경』 악행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악한 열매가 맺기 전에 악한 자도 복 받는다. 그러나 악한 열매가 익었을 때 악한 자는 재앙을 입는다. 선한 열매가 맺기 전에는 선한 이도 이따금 화를 만난다. 그러나 선의 열매가 익었을 때 선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

업의 결과는 금방 나타날 수도 있지만 조건에 따라 얼마 후에 또는 죽은 후 다음에 맞이하는 미래의 세상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허물어지지만 무거운 업의 짐만은 짊어지고 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업은 끝없는 윤회 속에서 나에게 큰 짐이 됩니다. 따라서 업을 소멸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참회하는 수행입니다.

악한 사람이 잘 산다고 억울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착하게 사는데 왜 사는 게 어려우냐고 한탄할 일도 아닙니다. 착하게 묵묵히 살다보면 반드시 대지를 환하게 밝히는 아침 해처럼 대광명이 찾아올 겁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