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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1-08 조회수 3932

부산여성뉴스 /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60

 

귀신


사람은 누구나 죽으면 귀신이 된다. 불교에서는 귀신을 영가(靈駕)라고 부르는데 지옥에서 고통 받을 영가를 극락과 같은 좋은 곳으로 보내고자 천도재 의식을 베푼다. 그때 부르는 영가의 종류도 참 많다.

 

수많은 고통을 받는 영가인 수고함령(受苦含靈), 머무르는 곳이 있거나 없는 유주무주(有主無主)영가, 유산으로 인해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아기 영가인 수자령(水子靈)영가, 죽은 뒤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고 다른 사람 몸에 붙어 있는 슬픈 영가인 책주애혼(?主哀魂)영가, 동식물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가인 일체유정무정(一切有情無情), 그 외 여러 영가들인 각열위영가(各列位靈駕) 등이 있다.

 

절에서는 천도재를 할 때 천도시킬 해당 영가 외에도 조상, 부모, 형제와 같은 가까운 영가를 비롯해 위에서 말한 유정무정 일체영가까지 모두가 좋은 곳으로 가길 기원하며 천도재를 올린다. 그 영가들 가운데, 중천을 헤매다가 타인의 몸에 들어가 있는 책주애혼과 인간의 몸을 받아 태어나지도 못하고 아기의 몸으로 다시 먼 길을 떠난 수자령 영가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영가이다.

 

인간의 몸을 받기는 손톱 사이의 티끌만큼 어렵다고 한다. 그런 인간이 될 순간에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다른 인간에 의해 지워져버린 혼은 얼마나 원통하고 애통하겠는가. 또 무슨 안타까운 미련이 남아서 남의 몸에 붙어서까지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혼령은 얼마나 안타까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슬픈 영혼들이 떠돌고 있다. 뭐가 그리 바쁜지 우리는 산다고 이들의 슬픔과 아픔에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원하지 않는 아기가 생기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쉽게 낙태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원한이 맺힌 수자령을 만들고 나면 아이를 지운 부모의 앞날도 평탄할 수 없다.

 

또한 책주애혼의 경우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드는 원한들이 그 원인이 된다. 우리가 친구사이나 친척, 형제간에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아픈 말 한 마디가 씨가 되어 원한 맺힌 영가를 만들 수도 있다. 홀로 일어설 수 없는 절박한 사람이나 외로운 이에게 약점을 짓밟거나 골리면 원망어린 마음이 지울 수 없는 아픔으로 각인된다. 그런 원한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원혼이 책주귀신이다. 책주귀신이 붙으면 이름 모를 병에 시달리거나 일마다 장애가 많다.

 

꼭 죽어서만 수자령이나 책주귀신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생명을 함부로 생각하고 대하거나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말을 내뱉고, 남의 약점을 밟고 이익을 취하거나 인간의 얼굴을 하고 짐승만도 못한 행동을 일삼으면 그 순간마다 원한이 만들어진다. 그 원한을 생전에 풀지 못하면 원혼이 되고 그들의 원한이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날 세상을 험악하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원한을 맺지 않아야 한다. 실수로 남에게 아픔을 주었다면 가능한 빨리 사과하고 원결을 맺지 말아야 한다. 모든 일은 작은 일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한 개인의 원한은 자신은 물론 가정을 무너뜨리게 되고, 사회를 끝없이 혼란에 빠뜨리게 한다.

 

혜총스님 / 감로사 주지. 실상문학상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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