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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부산여성뉴스 칼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6-25 조회수 4039

부산여성뉴스 /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43/

 

섬김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이다. 생활의 편리는 돈으로 살 수 있을지 몰라도 행복은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식물을 가꾸듯이 돌보아야 찾아온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적당한 수분과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한 식물은 잎이 반짝반짝 빛나고 열매도 탐스럽게 잘 맺는다. 가정도 우리 사회도 매한가지다. 따뜻한 기운이 흘러야 서로서로 밝은 기운을 공유하고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집을 자비로운 집으로 만들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온다. 자비의 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가족들 사이에 사랑하는 말을 나누고, 반가운 미소를 짓고, 어렵고 힘든 일에는 서로 앞 다투어 먼저 나서려는 집이다. 그런 집이 자비로운 집[자실, 慈室]이다.

 

옛날 어느 마을에 가족들이 늘 다투는 집과 항상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집이 있었다. 왜 그런가 하고 궁금해 하던 고을 원님이 아랫사람을 시켜 두 집을 잘 살펴보고 연유를 알아오라 하였다. 하인이 먼저 늘 싸우는 집에서 담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를 엿들어보았다. “으이그, 잘난 내가 참고 살아야지. 그 일도 하나 처리 못해서. 남편이 아니라 원수야 원수.” “, 원수? 이게 당신이 저질러 놓은 일이지. 내 잘못이야? 누가 누굴 원수래.”

 

다음은 웃음꽃이 피는 집 담벼락에 서서 집안의 소리를 엿듣는데, 마침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여보, 내가 그릇을 탁자 끝에 놓아두어서 그만 그릇이 떨어졌어요.” “아니에요. 제 잘못이에요. 조심해야 하는데 그만 부딪혀서.” “아버지, 어머니 제가 먼저 설거지했으면 안 깨졌는데 죄송해요.” 모두들 서로 제 잘못이라 하더니 이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인은 원님에게 돌아가 늘 싸우는 집은 서로 잘났다고 야단이고, 웃음꽃 피는 집은 서로 잘못했다고 야단이더라고 고했다. 원님은 잘난 사람들만 모여사니 싸움이 끊이지 않고 못난 사람들만 모여 사니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구나 하였다.

 

자비로운 가정을 이루려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참고 견디는 인욕의 옷[인의, 忍衣]을 입고 살아야 한다. 때로는 싫고 짜증나는 일도 가족 사이에는 되도록 참으면서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 가족은 한 몸이다. 가족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요, 가족의 불편한 마음이 곧 나의 마음이라는 심정으로 매사에 참고 견뎌야 한다. 물론 나만 손해 본다는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럼 어떤가. 우리가 남인가.

 

옛 성인들은 다 자비로운 집에서 인욕의 옷을 입고 사셨다. 그렇게 살면 집안에 다툼이 사라지고 늘 웃음꽃이 만발한다. 가정은 날로 빛나고 그 속에서 자라는 자손은 밝게 자라 점점 창성하게 마련이다. 좀 부족하더라도 서로를 모시듯 섬기듯 하면 즐거운 우리 집, 행복한 우리 집, 웃음꽃 피는 우리 집을 만들 수 있다.

 

세상에 잘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잘나 보여도 부족한 사람, 불완전한 사람들이다. 한순간도 탐욕과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내 잘난 맛에 살고 있지는 않는가. 서로를 섬기는 마음으로 행복을 가꾸자.

 혜총스님 / 감로사 주지. 실상문학상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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