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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은 빨리 잊으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12-04 조회수 5448

나쁜 일은 빨리 잊으라

 

 

부처님의 제자 나가바라(那伽波羅) 존자가 녹야원에 있을 때 어느 날 어릴 적 친한 친구였던 바라문이 찾아와 존자가 부러운 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는 행복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사람이네.”

무슨 이유로 그렇게 말하는가? 혹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나는 이레 전에 아들을 일곱이나 잃었네. 그들은 모두 용맹스럽고 제주가 많았고 지혜 또한 따를 자가 없던 애들이었지. 그런데 엿새 전에는 또 부지런한 일꾼 열둘을 잃었네. 거기다 닷새 전에는 온갖 기술에 빼어난 네 형제를 잃었고, 설상가상으로 나흘 전에는 부모를 잃었네. 나이가 백세가 넘은 분들인데 나를 버리고 먼저 가셨다네. 또 사흘 전에는 아름다운 두 아내가 죽었는데, 또 어제는 집안에 있는 여덟 개나 되는 보물창고가 다 사라졌네. 내가 최근에 당한 이런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네. 그렇지만 자네는 그런 재앙에서 일찌감치 떠나서 다시는 근심과 걱정을 하지 않고 오직 도를 닦으며 살아가니 어찌 행복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친구의 좋지 못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존자가 혹 그런 일을 미리 막을 수도 있지 않았는가?” 하고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나도 그들을 죽지 않게 하려고, 또 재물도 잃지 않으려고 온갖 애를 다 써보았네. 때에 따라 보시도 해서 공덕을 지었고, 하늘에 제사도 지내고, 늙은 바라문을 초청해 공양도 했네. 귀신을 달래려고 주문도 외우고, 별을 보고 점도 쳤고, 온갖 약도 만들어 먹고, 맛난 음식도 곤궁한 이들에게 보시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노력을 다했네. 그렇지만 끝내 그들의 목숨을 건질 수는 없었네. 그래서 묻네. 어떻게 해야 이런 고통을 없앨 수 있겠는가?”

 

이에 존자는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은애(恩愛)는 무명의 근본, 온갖 고뇌와 우환을 일으키나니,

그것이 사라져 남음이 없도록 하면, 다시는 고통이 없으리라.”

 

그는 이 말을 듣고 비록 늙었지만 출가하여 수행하기를 청했습니다. 그래서 친구인 존자는 그의 머리를 깎고 법복을 주어서 집을 나와 도를 닦게 했습니다. 존자는 그에게 자신의 머리털과 손톱과 이빨과 피부와 골수와 창자와 몸뚱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지에 대해 관찰하여 할 일을 다 마치고 후생의 몸을 받지 않는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증일아함경>

 

은애(恩愛)는 세속의 은혜와 사랑을 이르는 좋은 말이기도 하지만 어버이와 자식, 또는 부부가 은정(恩情)에 집착하여 떨어지기 어려운 일을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 중생의 삶을 이 은애에 얽매여 산다고 해서 은애옥(恩愛獄)이라고 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가장 가까운 인연이 부모, 형제, 처자의 육친(六親)입니다. 이 육친(六親)이 서로 애착하여 속박되어 있다는 뜻으로, ‘사바세계를 은애옥이라 합니다. 왜 은애의 지옥이라고 까지 표현했을까요?

 

천년만년 즐겁고 좋은 일만 있다면 지옥이라고 했을 리 만무합니다. 육친과 더불어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나뭇가지에 바람 잘날 없다고 끊임없이 고통스런 일이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아픔은 두 배가 됩니다. 집착하고 은애하기 때문입니다. 위 이야기처럼 모두 다 잃은 존자의 친구마냥 혼자라면 모를까 그렇다고 만사를 다 잊고 출가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어차피 오는 고통이라면 이 고통이 줄을 지어서 하나가 지나가고 나서 그다음 하나가 찾아오기라도 하면 좀 나을 것인데 어떨 때는 고통이 한꺼번에 닥칩니다. 발을 동동 구르고, 땅을 치고 하늘을 원망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되도록 빨리 고통을 잊고자 냉정해야 합니다. 집착하고 은애하면 할수록 마음은 상하고 상해서 헤어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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