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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만해통일문학축전 축하법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8-31 조회수 4233


 

님만 님이 아니다

 

반갑습니다.

아시다시피 만해스님은 일제강점기 불교계에 혁신적인 사상을 고취하신 스님이자 민족독립운동에도 앞장섰던 독립운동가요, 또한 민족시인이셨습니다.

 

이번 제4회 만해통일문학축전은 만해스님의 기상과 얼이 서린 심우장(尋牛莊)에서 만해문학을 통일문학으로 승화시킨다는 취지에서 그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이곳 심우장은 한용운 스님이 조선총독부가 위치하던 남쪽을 등진 곳을 택하여 북향의 집을 짓고 만년을 보내다가 세상을 떠나신 곳입니다. 스님을 후원하던 사람들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볕이 잘 드는 남향으로 집을 지을 것을 권했지만 마주보이는 총독부 청사가 싫다며 끝내 북향으로 집을 틀어 버렸다고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일제에 대한 적개심이 얼마나 깊었으면 집까지 그렇게 북향을 했나 하겠지만 그건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아니라 대자비심을 보인 법문인 줄 알아야 합니다. 보살은 측은한 마음에 그런 모습을 보여 후세에 다시는 그런 인과를 짓지 말라고 법문하신 것입니다. 이걸 잘 알아야 합니다.

 

스님은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루던 김동삼 선생이 옥중 순국하였을 때 이 집에 유해를 모셔다 장례를 치러 주기도 하신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스님은 비록 친분이 두터웠거나 독립운동을 하였다 하더라도 변절한 인사들은 절대로 만나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꼿꼿한 스님의 향훈에서 풍겨나오는 대자비심이 전해오는 듯합니다.

 

스님의 이런 대쪽 같은 성품은 일제 치하에서는 나라 전체가 감옥이라 생각하여 추운 겨울에도 방에 불을 지피지 말라 하고, 노구에도 한 겨울에 냉골위에 꼿꼿이 앉아 오로지 자주독립의 상념에 잠기곤 하셨다니 후학으로서 흠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심우장(尋牛莊)’이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해 자기의 본성인 소를 찾는다는 심우(尋牛)에서 비롯된 명칭입니다. 스님께서 평생을 독립운동과 나라사랑으로 일관하셨지만 결국 그 과정도 본래 청정무구한 마음자리를 찾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님의 시에도 본래 때묻지 않은 청정무구한 마음자리로 돌아가려는 정신은 살아 숨쉽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님의 침묵서시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중생이 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

 

장미화의 님이 봄비라면 맛치니의 님은 이태리다.

님은 내가 사랑할 뿐 아니라 나를 사랑하느니라.

 

본래 마음자리에서 보면 모두가 나의 님이요, 우리의 님인 것입니다. 심지어 시냇물이나 나무나 풀이나 공기나 저 하늘의 태양이나 모두다 우리의 님인 것입니다. 이 마음이 만해 스님의 본 마음인데 어찌 누구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있겠습니까?

일본에 대해서도, 민족의 변절자들마저도 님으로 대하신 분이 만해스님입니다.

 

부처님 당시에 유마힐이라는 유명한 재가 거사가 있었는데, 그가 어느 날 병이 들어 눕게 되었습니다. 문수보살이 문병을 가서 거사에게 물었습니다.

 

거사님, 병은 참을만합니까? 치료를 잘못하여 악화한 것은 아닙니까? 거사님, 이 병은 무엇으로 인하여 일어났습니까? 훨씬 오래 전부터 걸렸습니까?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겠습니까?”

 

유마힐은 대답하였습니다.

어리석음과 탐심으로부터 나의 병은 생겼습니다. 누구나가 병에 걸려 있으므로 나도 병들었습니다. 만약 모든 중생이 병에 걸리지 않고 있을 수 있으면 그때 나의 병도 없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윤회의 세계에 들었고, 생사가 있는 곳에 병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중생이 병을 떠날 수 있으면 보살도 병이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장자에게 외아들이 있어 그 아들이 병들면 그 부모도 병들고, 만약 아들의 병이 나으면 부모도 낫는 것과 같습니다. 보살도 이와 같아서 모든 중생을 내 자신과 같이 사랑하고, 중생이 병을 앓을 때는 보살도 병을 앓으며, 중생의 병이 나으면 보살도 낫습니다. 또 이 병이 무엇으로 인하여 일어났는가 하면, 보살의 병은 광대한 대비(大悲)로부터 생긴 것입니다.”

 

중생들은 눈이 있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제대로 듣지 못하면서 어둠 속을 헤매고 있으니까 오늘도 부처님의 눈에서는 눈물이 마르지 않고 대자심(大慈心)의 중병에서 아파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불교의 가르침은 누구를 미워하고 시기 질투하는 소아적이고 졸렬한 가르침이 아닙니다. 만해 스님처럼 대아적이고 대승적이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가르침입니다.

 

따라서 오늘 만해 문학을 통해 통일을 지향하려는 이 운동도 만해 스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미국의 중생도, 중국의 중생도, 북한의 중생도, 우리나라의 백성들도 모두를 아우르는 대자비심을 구현하는 문학운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시민 동참대중 여러분!

 

지금도 분단 조국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 한민족의 역사는 그야말로 질곡의 역사였습니다. 이제는 아픔의 역사를 끊고 저 만주 벌판을 넘어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민족의 웅비를 이루어 냅시다.

 

만해통일문학축전을 준비하신 관계자 여러분 수고 많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입니다.

나무아미타불!

 

? 혜총스님 / 대각회이사장. 감로사 주지.

실상문학상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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