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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는 명일이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12-18 조회수 5962

동지법문

 

동지는 명일이라

 

 

화합과 나눔의 작은 설날

올해 동지(冬至)는 양력으로 1222(.11.5)입니다. 동지는 드는 시기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데,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 합니다. 동지라는 절기는 글자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는 뜻입니다.

 

동지(冬至)가 되면 지구의 북반구에서는 밤이 가장 길어집니다. 동지를 지나면 점차 낮의 길이가 길어지므로 지구촌의 많은 곳에서 축제일, 또는 1년의 시작일로 삼았습니다. 서양의 11일이나 크리스마스도 동지 축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짓달은 아세(亞歲)라 했고, 동지를 작은설이라 부르며 크게 축하했습니다. 음의 기운이 극에 달한 동지로부터 양의 기운이 새롭게 우주에 생성되면서 낮이 길어지기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태양이 죽었다가 부활한다고 제사를 올렸습니다.

 

속담에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진다.’거나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흔히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전해지는 것도 해가 바뀌고, 새 절기가 시작됨을 뜻합니다.

 

이날은 온갖 귀신과 잡신을 쫓는다는 뜻으로 팥죽을 쑤어먹는데 민간에서는 동지팥죽을 쑤어서 대문이나 문간에 죽물을 뿌려서 악귀를 쫓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날 팥죽을 뿌리는 유래는 <형초세시기>에 보면 공공씨라는 사람의 불효자식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귀가 되었는데 이 아들이 평소에 붉은 팥을 무서워했기 때문에 동짓날에 붉은 팥죽을 쑤어서 병과 재앙을 면하기를 빌었다고 합니다.

 

동지와 관련된 풍습을 살펴보면 이날에 관상감(기상대)에서는 달력을 임금에게 올렸고 임금은 이 달력을 모든 관원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새해의 달력을 나누고, 사람들은 묵은 빚이 있으면 되도록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새해를 맞았습니다. 또 이날을 기해 친척이나 이웃 간에도 서로 화합하고 어려운 일은 서로 마음을 열고 풀었습니다.

 

농가월령가에 보면 이 달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동지는 명일이라, 일양이 생하도다.

시식으로 팥죽 쑤어 이웃과 즐기리라.

새 책력 반포하니 절후 또한 어떠한고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어 지리하다.

 

 

화를 멀리하고 복을 부르는 동지불공

절에서도 해마다 이날이 되면 팥죽을 쑤어서 부처님 전에 공양을 올리고 재앙을 멀리하고 복을 부르는 원화소복(遠禍召福)의 기도를 올립니다. 동짓날 불자님들께서 부처님 전에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올리는 것은 동지를 기점으로 낮이 길어지듯이 우리 불자님들의 생활도 어둡고 답답한 일들이 밝고 시원한 일로 바뀌기를 부처님께 발원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지는 한 해 동안 두루 지었던 죄업을 참회하며 새해에는 죄업은 짓지 않고 많은 공덕을 닦아 깨달음을 성취하겠다는 각오를 세우는 날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동지라는 것도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일 뿐, 부처님 법에서 볼 때는 짧았던 낮의 길이가 길어진다고 해서 인간이 더욱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팥죽 한 그릇 먹는다고 해서 길하고 흉하던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다만 우리 불자로서 오늘 같은 날을 맞이해서 부처님께 진심으로 팥죽 공양을 올리고 그 분의 가르침 속에서 진정한 공덕은 무엇에 있을까를 새삼 돌이켜 보는 그런 날이어야 하겠습니다.

 

 

몸에도 좋은 팥죽

우리 조상들은 동짓날 팥죽의 풍습을 통해 일 년 동안의 만수무강을 기원했습니다. 팥죽은 동지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예로부터 질병이나 귀신을 쫓는 음식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팥에는 특히 비타민 B1이 많다. 비타민 B1은 우리 몸의 신경과 관련이 깊어 부족하게 섭취하면 식욕부진이나 피로, 수면장애, 기억력 감퇴, 신경쇠약 등의 증세가 나타나므로 신경을 많이 써는 직업인이나 수험생들에게 좋은 식품입니다. 각기병의 치료약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팥은 나트륨을 분해하는 칼륨도 많이 함유돼 있어 염분으로 인한 붓기를 빼주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뚱뚱한 사람이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마른 사람은 오히려 튼튼해집니다. 또 세균이 감염돼 피부가 붉게 붓고 열이 나며 쑤시는 단독(丹毒)이나 중금속 해독에도 좋습니다. 산모가 먹으면 젖이 잘 나오고 이뇨작용으로 산후 붓기 제거에도 좋습니다.

 

조상님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짓날 팥죽을 먹을 때 이런 의미를 알면 팥죽 맛이 한결 더 좋아질 것입니다.

동지와 십육나한의 팥죽이야기

 

동지 팥죽과 관련해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동짓날, 마하사에서 동지를 맞이할 채비를 하며 분주했습니다. 일을 끝마치고 밤늦게 잠이 들었던 해봉스님은 심한 한기를 느끼고는 잠에서 일어났습니다. 평소에도 늘 깨워야만 일어나는 공양주는 이날도 역시 늦잠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공양주보살님, 오늘이 무슨 날인데 잠만 자고 있습니까? 어서 일어나세요.”

 

자칫 잘못하였다가는 사시공양은 물론이고 동지불공도 못 올릴 지경이 되었습니다. 황급히 공양주를 깨우자 다급해진 공양주는 부리나케 부엌으로 달려갔습니다.

아휴, 이를 어쩌나?”

아궁이에 불씨가 그만 꺼져서 재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닙니까? 공양주는 산 아래 김서방네에 가서 불씨를 얻어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숨 가쁘게 산길을 달려갔습니다. 공양주는 숨을 헐떡이며 김서방네를 불렀습니다.

 

아니, 아침부터 공양주 보살님이 웬 일이세요?”

불씨 좀 얻으러 왔어요. 오늘이 동짓날인 것도 잊고 늦잠을 자다가 그만 불씨를 꺼버려서……

불씨라니요? 아까 행자님이 오셔서 불씨를 얻어갔는데 그새 불이 또 꺼졌나요?”

우리 절에는 행자님이 없는데?”

마하사에서 왔다며 불씨를 달라고 하기에 줘 보냈어요. , 배가 고프다고 해서 팥죽까지 한 그릇 먹여 보냈는데요.”

 

행자 얘기는 더 이상 따질 겨를이 없어 황급히 불씨를 얻어 돌아온 공양주는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미 아궁이에는 불이 활활 타고 있고, 가마솥에는 물이 가득 차서 김이 무럭무럭 나고 있었습니다. 이 모양을 본 공양주는 더럭 겁이 났습니다.

 

공양주는 부처님께서 그동안 자신의 게으름을 깨우쳐 주시기 위함인 줄 알고 팥죽을 쑤어 먼저 대웅전에 한 그릇을 올리고 다기 한 그릇을 떠서 나한전으로 들어갔습니다. 팥죽을 놓고 일어서던 공양주는 기겁하며 놀랐습니다. 공양주를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는 나한의 입가에 붉은 팥죽이 묻어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 나한이 공양주의 게으름 피는 버릇을 고쳐주려고 몸소 김서방네에 찾아가서 불씨를 구하고 팥죽까지 얻어 잡숫고 왔던 것입니다.

 

공양주는 황송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설 줄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진심으로 자신의 게으름을 참회하고 눈물로써 부지런히 소임을 다하리라 발원하였습니다. 이후로 공양주는 새벽같이 일어나 목욕재계하고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지극한 정성을 내어 공양을 지어 올렸다고 합니다.

 

요즘엔 동지 풍속이 일반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중에도 다행히 절에서는 동지입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동짓날 동지불공을 드리면서 일 년 동안 잘못한 일이 있으면 부처님 앞에서 참회하고 잘한 일이 있으면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며 희망찬 새해를 맞이합시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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