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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타듯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9-09 조회수 2929

생활법문

거문고 타듯이

 

동천년노항장곡桐千年老恒藏曲

매일생한부매향梅一生寒不賣香

월도천휴여본질月到千虧餘本質

유경백별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

 

오동나무는 천 년이 지나가도 곡조를 감추고 있고

매화는 한평생 추위에도 향기를 팔지 않으며

달은 천만 번 이지러져도 본래 바탕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수백 번을 꺾이어도 새 가지가 돋아나네.

 

이정구(李廷龜), 장유(張維), 이식(李植)과 함께 조선중기 한문사대가(漢文四大家)의 한 사람인 상촌 신흠(象村 申欽, 1566~1628)의 시입니다. 이 시를 보면 수행하는 사람은 물론 우리들의 마음자리도 이와 같이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서두에 소개하는 바입니다.

드러내려고 하지도 않지만 그 본래 성품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오동나무, 매화, , 버드나무와 같은 대자연이 품은 그런 마음자리가 얼마나 아름답고 미묘합니까?

상촌 신흠 선생은 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자기의 허물은 살피고, 남의 허물은 보지 않는 것은 군자다. 남의 허물은 보면서 자기의 허물은 살피지 않는 것은 소인이다. 자신을 점검함을 진실로 성실하게 한다면 자기의 허물이 날마다 제 앞에 보일 터이니, 어느 겨를에 남의 허물을 살피겠는가?

 

남의 허물만 살피는 자는 자신을 검속함이 성실치 못한 자다. 자기의 잘못은 용서하고 남의 허물은 살피며, 자기의 허물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남의 허물은 들춰내니, 이야말로 허물 중에 큰 허물이다. 자기의 허물을 능히 고치는 사람은 허물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만하다.”

 

세상에 허물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작은 허물을 지니고 삽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허물은 고칠 줄 모르고 남의 허물만 들추어내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세상 만물은 드러내지 않아도 자연히 드러나게 되어 있는 법인데 굳이 나서서 남의 허물을 헐뜯고 시끄럽게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인 것입니다.

 

서두르지도 말고 담담하게 세상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허물을 하나씩 고쳐나가되 물러서지 않으면 언젠가는 나도 세상에 쓸모있는 날이 오게 되는 것입니다.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의 말씀을 소개합니다.

 

어느 사문(沙門)이 수행하다가 이렇게 깨닫지 못할 바에는 출가나 하지 말 것을하고 후회해 중노릇을 그만둘 생각이 있는 것 같아서 부처님께서 물으셨습니다.

 

예전 집에 있을 때, 너는 무슨 일을 하였느냐?”

사문이 대답했다.

거문고 타기를 좋아했습니다.”

거문고 줄이 너무 느슨하면 어떻더냐?”

그래 가지고는 소리가 안 나나이다.”

 

그렇다면 줄이 너무 팽팽하면 어떻고?”

소리가 끊어집니다.”

줄이 팽팽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아 알맞을 때는?”

소리들이 고르게 울립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문이 도()를 수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음 씀이 적당하면 도를 얻을 수 있으려니와, 도를 구함에 있어서 너무 다급할 때는 몸이 지칠 것이고, 그 몸이 지칠 때는 마음이 괴로울 것이고, 마음이 괴로울 때는 수행이 뒷걸음질 칠 것이고, 그 수행이 뒷걸음질치고 났을 때는 죄가 반드시 더해 갈 것이다. 오직 마음과 몸이 청정하고 안락해야만 도를 잃지 않으리라.”

 

수행하는 스님들에게만 국한된 가르침이 아닙니다.

기도하는 사람들도 이와 같은 마음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너무 조급한 마음도 가지지 말고 모든 것은 부처님과 보살님께 다 맡겨놓고 그저 기도할 뿐이란 마음으로 묵묵히 기도해야 합니다. 뒷걸음질 치거나 멈추면 다시 어느 날에 좋은 인연을 만나겠습니까?

 

그렇게 해처럼, 달처럼, 매화나무나 오동나무, 버드나무처럼 묵묵히 기도하다 보면 밤이 지나고 새벽에 여명을 뚫고 어김없이 태양이 솟아오르듯이 반드시 성취되는 날이 오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혜총스님 / 감로사 주지. 실상문학상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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