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꼬리 숲 속의 뱀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즐겁게 지내다가 어느 날 뒤만 따라다니던 꼬리가 머리에게 불평을 했습니다. "이봐, 머리야 너는 왜 마음대로 앞서가고 나는 늘 뒤만 따라 다녀야 하는 거야. 불공평한 것 아이냐?" 꼬리가 불평을 하자 머리가 응수하기를, "꼬리야 어쩔 수 없잖아. 나는 눈이 있어서 앞을 볼 수 있지만 너는 어떻게 길을 찾겠니?" 하고 머리는 자기가 가고 싶은 대로 길을 갔습니다. 화가 난 머리가 마침 길가의 나무를 칭칭 감았습니다. 머리가 아무리 애를 써도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할 수 없다는 듯이 머리는 꼬리가 가는대로 내버려두었습니다. 꼬리가 앞서고 머리가 뒤 따라 갔습니다. 꼬리는 기분이 이렇게 좋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내 세상이다. 이제야 머리에게 복수할 수 있겠구나." 끝도 없이 앞으로 가던 꼬리는 앞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리저리 헤매다가 절벽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가 큰 고생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꼬리는 고집을 부리고 앞으로 가다가 불구덩이에 빠져 타 죽고 말았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현대인에게 두 가지 병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첫째는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이요, 둘째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도 깨닫지 못하는 병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에게는 각자 자기의 위치와 분수가 있습니다. 그것이 고귀하다고 생각되거나 비천하게 생각된다 하더라도 자기의 처지를 생각하여 그것에 맞게 자기의 직분을 다하는 것, 충실하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자기의 일에 충실하지도 못하면서 남의 일에 나서기나 하고 남을 헐뜯기나 하는 한심한 사람이 많습니다.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뱀의 고리와도 같이 앞을 가리지 않고 헤매는 꼴임에도 끝까지 자신을 깨닫고 반성하려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