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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죽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7-13 조회수 1994
감로사 주지/혜총

얼마전 세계인의 애도 속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했습니다.

그가 지난 1984년 우리 나라를 방문하였을 때의 일이 기억납니다. 불교계 스님들을 만나 선물로 받은 굵은 백팔염주에 경건하게 입을 맞춘 후 염주를 목에 걸고 박장대소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는 평생 검소하게 지내면서 종교간 이념의 벽을 허물고 지구촌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죽는 순간까지도 기도하며 행복하다고 했다는 그의 마지막 자취를 보면서 종교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참으로 잘 살다간 사람, 승리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죽음은 사람들에게 진한 슬픔의 소회를 남기지만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죽음은 삼라만상의 생명들이 꼭 거쳐야할 통과의례입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무감각합니다.

매일 죽음에 대한 기사를 보고 들으면서도 정작 자신에게 닥칠 죽음에 대해 무심함이야말로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자신의 죽음에 대해 무감각함은 자신의 죽음 그 자체보다도 더 슬픈 일입니다.

우리의 삶은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죽음은 삶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죽음을 원한다면 삶도 행복해야 합니다. 삶이 행복하려면 망령되게 함부로 살아서는 안됩니다. 인간은 조만간에 반드시 죽습니다. 아무리 젊고 건강한 사람이라 해도 언젠가는 죽음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이처럼 어느 날인가 반드시 죽을 자기가 지금 이 땅에 살아서 가슴 가득히 호흡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것은 실로 멋진 일입니다. 죽음 앞에서 살아있는 자기 자신의 소중한 생명이 얼마나 경이롭고 고마운 일인지를 자각해야 합니다. 이 자각이 없이 그냥 먹고, 마시고 자며 약간의 일을 하는 생활로 몇 십년을 산들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삶의 가치는 빈부귀천이나 지위고하를 떠나 사람이 얼마나 진리에 접근하며 살았느냐 하는 점에서 평가됩니다. 백년을 살아도 진리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짐승과 다를 바 없습니다.

불교에서는 죽음을 "뭇 새가 한 수풀에서 잠을 자다가 날이 밝으면 제각기 날아가는 것"에 비유합니다. 진리에 접근하여 산 사람은 자유로운 한 마리 새처럼 만남도, 헤어짐도, 죽음의 슬픔도, 눈물도 없는 극락의 세계에 왕생합니다. 일상 속에서 진리를 사랑하며 사는 사람에게 죽음은 슬픔이나 공포가 아니라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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