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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정토와 타방정토
작성자 감로사 작성일 2005-12-30 조회수 782
타방정토란 이 세상 밖 어느 곳에 정토가 실제로 있다는 것이고, 유심정토란 우리 마음 밖에 따로 찾아야 할 정토는 없으며 마음이 청정하면 그 곳이 곧 정토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토가 마음에 있다든지, 저 머나먼 서방에 있다든지 그 희론에 끄달려 마음을 산란하게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석가모니부처님이 말씀하신 바대로 아미타부처님과 극락세계가 있음을 확실히 믿고 일념으로 염불해 삼매에 드는 일이 더 급하다. 다만 고인들의 일견을 살펴 혼란심을 자제하고자 하는 바이다.

유심불토라는 것은 마음을 깨달아야 비로소 날 수 있는 곳이니, <여래부사의경계경>에 이르기를 "삼세의 모든 부처님이 따로 있는 바가 없고 오직 自心에 의지한다. 보살은 이와 같이 모든 부처님과 모든 법이 오직 마음의 현상임을 분명히 알아서 수순인(隨順忍 ; 화엄의 "十忍品"에 나오는 보살이 무명번뇌를 끊고 온갖 법이 본래 적연한 줄 깨달을 때 생기는 열 가지 安住心 가운데 第二忍. 따라서 忍은 認의 뜻이 있다. 이 忍은 지혜로 온갖 법을 생각하고 관찰하여 진리에 기꺼이 따름을 말한다)을 얻고는 혹은 초지에도 들며 몸을 버리고는 묘희세계에도 나며 혹은 극락의 정토에도 나는 것이다" 하였다.

그러므로 알라. 마음을 알면 바야흐로 유심인 정토에 나거니와 경계에 집착하면 자못 반연하는 바의 경계 가운데만 떨어질 것이니, 이미 이와 같이 인과가 차이가 없는지라 곧 마음 밖에는 법이 없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평등의 문"과 "무생의 뜻"을 비록 교에 의지해서 믿기는 하지만 당인(當人) 스스로를 살펴보아 역량은 미흡하고 관력(觀力)은 얕으며 마음도 또한 분주히 들뜬다면 반연하는 바의 경계는 강하고 무시겁래로 사사로이 익혀 온 습기는 무거운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이러므로 이런 이들을 위해 제불께서 방편문을 베푸시었으니, 간절한 원력과 가피의 힘으로 모름지기 불국에 나서 인연따라 인력(因力)을 쉽게 이루고 속히 대승의 보살도를 행할 것을 권하신 것이다.

이를테면 <기신론>에서 "중생이 처음 이 법을 배워 올바른 믿음을 구하려 하나 마음이 성략(性弱)하므로 이 사바세계에서 항상 부처님을 만나뵙고 친히 공양하지 못할까 근심하기를 "신심을 성취하기 어렵다" 하여 뜻이 물러나려 하는 이는 마땅히 알라. 여래께서 뛰어난 방편을 두어서 신심을 섭호(攝護)하셨나니, 뜻을 오로지 하여 부처님을 염하는 인연을 지으면 원(願)을 따라 타방불토에 득생하여 항상 부처님을 친견하며 또한 악도를 길이 떠날 것이니, 이른바 수다라에 설하기를 "만일 어떤 사람이 오로지 서방 극락세계의 아미타불을 생각하며 닦은 바 선근을 회향하여 저 세상에 나기를 간절히 원한다면 뜻에 따라 곧 왕생하게 되리라"고 하신 것이다. 항상 부처님을 뵙는 까닭으로 마침내 물러남이 없으리니, 이와 같이 저 부처님의 진여법신을 관찰하여 부지런히 닦아 익힌다면 반드시 원생함을 얻어서 정정(正定)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고 한 것 등이다. <만선동귀집 제2장>

유심정토와 타방정토 설을 모두 긍정하고 있다. 상근기 보살은 마음을 깨달아 정토에 나니 유심정토가 맞는 말이나, 하근기 중생은 마음을 깨닫기가 어려우므로 부처님이 방편으로 베푸신 타방정토에 의지해야 한다고 하였다. 서로 상반될 것만 같은 유심정토와 타방정토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다음의 예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이가 "내 마음 밖에 따로 정토가 없으니(唯心淨土), 10만억 찰 밖에 어찌 따로 정토가 있으랴" 하였다. 이 유심정토의 설은 원래 경에서 나온 것으로, 결코 그릇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말만을 인용하여 근거로 삼는다면 그 뜻을 잘못 안 것이다. 대개 마음이 곧 경계로서 마음 밖에 경계가 없는 것이요, 경계가 곧 마음으로서 경계 밖에 마음이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경계가 바로 마음이라면 어찌 굳이 마음에만 집착하여 경계를 배척할 수 있겠는가. 경계를 버리고 마음만을 주장하는 자는 마음을 깨닫지 못한 자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죽창수필 2집>

마음 밖에 경계가 없으니 또한 경계 밖에 마음이 없다. 이러한 마음과 경계의 관계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정토가 마음 안에 있느니 밖에 있느니를 따지는 것이다. 경계라는 것이 마음을 떠나 있을 수 없으나, 경계는 분명히 있으니 유심정토라고 하는 것과 타방정토라고 하는 것이 근기에 따른 구분임이 명백하다. 이것을 모르면서 부질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것저것 따져본 들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서쪽으로 십만팔천리 밖에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제자가 항상 보오니 승속간에 흔히 아미타불을 염하여 서방에 태어 나기를 원하옵는데 과연 저 곳에 태어날 수 있는 것이옵니까? 청컨대 화상께서는 이 의심을 풀어 주옵소서" 하고 자사가 또 여쭈었다. "사군이여, 잘 들으라. 혜능이 말하리라. 세존께서 왕사성 안에 계실 적에 서방으로 인도 교화하는데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경문에 분명히 "여기서 멀지 않다" 하셨고, "만일 현상계의 공간 거리로 말한다면 잇수로 10만 8천이라" 하셨느니라.

이것은 곧 몸 가운데 10악과 8사를 가리킨 것으로서 멀다는 말씀인 것이다. 멀다고 하신 것은 낮은 근기를 위함이고 가깝다 하신 것은 높은 근기를 위함인 바, 사람에게는 두 가지가 있지만 법에는 두 가지가 없느니라. 미하고 깨달음이 다르기에 견해가 더딤과 빠름이 있나니 미한 사람은 염불해서 저 곳에 태어나기를 구하고 깨달은 사람은 제 마음을 스스로 깨끗이 하나니,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그 마음의 깨끗함을 따라서 곧 불도가 깨끗하다" 하시니라.

사군이여, 동방 사람이라도 마음이 깨끗하면 죄가 없는 것이요 서방 사람이라도 마음이 깨끗치 못하면 역시 허물이 있는 것이니 동방 사람이 죄가 있을 때에는 염불함으로써 서방에 태어나기를 원하거니와 서방 사람이 죄를 지었을 때에는 염불하여서 어느 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할 것이냐? 어리석은 범부는 자성을 모르므로 제 몸 속의 정토를 알지 못하고 동방이니 서방이니 원하지만 깨달은 사람은 어디에 있으나 한 가지이니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머무는 바 곳을 따라서 항상 안락하다" 하셨느니라.

사군이여, 마음 자리에 착하지 않은 것만 없으면 서방이 여기서 멀지 않으려니와 만일 착하지 못한 마음을 품고 있다면 아무리 염불을 해 봐도 태어나기 어려우니라. 내 이제 여러 선지식들에게 전하노니 먼저 10악을 없애는 것이 10만리를 가는 것이고 8사(邪)를 없애는 것이 8천리를 지낸 것이니 생각 생각 성품을 보아 항상 평등하고 곧 바르게 행하면 이것이 손가락 한 번 튕기는 사이에 문득 아미타불을 보는 것이니라.<육조단경>

유심정토와 타방정토는 근기에 따른 설명의 차이일뿐 결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니, 낮은 소견으로 감히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마음밖에 경계가 없으니 마음이라고 해도 경계라고 해도 본래 둘이 아닌 것이다. 다만 깨달은 사람은 둘이 아닌 줄 알거니와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모르고 하나만을 고집하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으로 본성을 깨닫고 모든 악을 여의면 곧 정토에 나려니와 10악과 8사(10악은 10선의 반대이고 8사란 8정도의 반대이다)를 끊지 못하면 정토는 멀 수밖에 없다.

유심정토나 타방정토를 논하기 전에 오로지 일심으로 부처님을 생각하고 부처님의 뜻대로 살고자 이미 지은 죄는 참회하고, 계율로써 다시는 업장을 짓지않으려는 정진이 필요할 뿐이다. 화살은 이미 날아와 우리 몸에 박히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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