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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하착(부산여성뉴스 칼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14 조회수 2968

부산여성뉴스 /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58

 

방하착


알렉산더 대왕은 고대 마케도니아의 국왕으로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였으나 아라비아 원정 중에 33세라는 나이로 요절하였다. 이 알렉산더 대왕이 어느 날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만났다.

 

폐하의 소원이 무엇입니까?”

그리스를 정복하는 것이요.”

그리스를 정복하면 무엇을 하실 겁니까?”

그 다음은 소아시아를 정복하고 싶소.”

소아시아를 정복하시고 난 다음에는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그 다음은 온 세상을 정복하고 싶소.”

온 세상을 정복하시고 난 다음에는 무엇을 하실 겁니까?”

그 다음에는 좀 쉬면서 즐겨야지요.”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말했다.

왜 지금 좀 쉬면서 즐기지 않습니까?”

이 질문에 알렉산더 대왕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언가 강하게 자신을 때리는 그 무엇을 온몸으로 맞은 것 같았다. 알렉산더 대왕이 다시 디오게네스에게 물었다.

디오게네스여, 그대의 소원이 있으면 내 다 들어 주리다.”

이 말에 디오게네스는 졸음에 겨운 듯 말했다.

왕이시여, 햇살이 가리지 않도록 조금만 비켜주시기 바랍니다.”

 

디오게네스의 이 말에 알렉산더는 할 말을 잃었다. 대수롭지 않은 듯 들리는 그 말에서 뭔가 폐부를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디오게네스를 굽어보며 알렉산더는 말했다.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라면 그대가 되고 싶소.”

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디오게네스는 그 젊은 왕에게 마지막으로 큰 가르침을 선사했다.

저는 왕만 아니면 됩니다.”

선가(禪家)에서는 방하착(放下着)이란 말을 쓴다. 내려놓으라는 말이다. 무엇을 내려놓으란 말인가. 집착하는 마음들을 내려놓고 쉬어가라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단 하루도 무엇인가로부터 집착하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세속에서는 출세욕, 멋진 옷, 좋은 자동차, 맛있는 음식, 대궐 같은 집, 예쁜 여자, 부자, 높은 지위 등등.

 

끝없는 정복의 대상들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가는 알렉산더대왕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과연 우리가 내가 그렇게 추구하는 것이 온당한가. 뭔가 추구한다는 것은 필요불가능한 일이다. 추구해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그 추구하는 데에도 정도가 있다. 과하면 죄가 되고 악이 될 수도 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밤은 길기만 하다. 인생의 여정에서는 가끔 내려놓고 한 걸음 쉬면서 내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보지 못했던 세계도 볼 수 있다. 앞으로 달려가느라 뒷사람을 보지 못하면 뒷사람의 원망은 훗날 고스란히 나의 뒷머리에 남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선가(禪家)에서는 또 조고각하(照顧脚下)란 말을 쓴다. 발밑을 잘 살펴보라는 말이다.

 

 

혜총스님 / 감로사 주지. 실상문학상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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