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로 저런 대로 되어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죽이면 죽 밥이면 밥 이런 대로 살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그런 대로 보고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 닿는 대로 시정 물건 사고파는 것은 세월가는 대로 세상만사 내 마음 대로 되지 않아도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 대로 보낸다
이 부설거사의 팔죽시를 넉 자로 줄이면 허허실실(虛虛實實)입니다. 여기서 '죽'(竹)자는 '~하는 대로'라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인 식으로 산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허망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세상을 아무렇게나,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내키는 대로 포기하고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억지로 세상을 살려고 하지 말고 진리와 순리에 맞추어 살라는 뜻입니다. 눈보라가 몰아친다고 걱정한들 눈보라가 그치지는 않습니다.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순응하고 살라는 것입니다. 허영과 욕망에 들떠서 오기 부리고 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요즘 처지를 비관해 소중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사람 한 평생은 짧다면 짧지만 그 안에도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곡절이 없는 인생사는 없습니다. 그 때마다 분수에 맞게 순리대로 살라는 것입니다. 젊어서 돈 많이 벌고, 떵떵거리며 살다가 퇴직해 수입이 없으면 없는 대로 검소하게 살면 됩니다. 서러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평상심을 잃지 말고, 분수대로 살면 꽃 피고 새가 우는 시절이 옵니다. 인생은 허허실실(虛虛實實)입니다. 우주 삼라만상의 주인은 바로 '나'다는 생각으로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