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 때 배휴라는 유명한 정승이 있었습니다. 그는 쌍둥이로 태어났습니다. 그것도 등이 맞붙은 기형아로 태어났습니다. 부모가 칼로 등을 잘라 살이 많이 붙은 아이를 형으로, 살이 적게 붙은 아이를 동생으로 삼았습니다. 부모는 형과 동생의 이름을 "度"자로 짓되, 형의 이름은 "법도 도(度)"로 하고 동생은 "헤아릴 탁(度)"이라고 불렀습니다. 배휴는 형, 배도가 장성한 다음 지은 이름입니다. 어려서 부모를 여읜 배도와 배탁은 외삼촌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일행선사라는 밀교의 고승이 집으로 찾아와서 그들 형제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외삼촌에게 아이들의 관상을 보니 거지상이라 거지가 되지 않을 수 없고, 저 아이들이 얻어먹는 신세가 되려면 이 집부터 망해야 하니, 하루빨리 그렇게 되기 전에 내보내라고 말했습니다. 외삼촌이 그렇지만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어떻게 내보내야하느냐니까 사람은 자기의 복대로 살아야 하는 법인데 결국 이 집이 망하면 아이들의 업은 더욱 깊어질 것이니 재차 내보내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대화를 엿들은 배도는 선사가 돌아간 뒤 외삼촌께 빌어먹을 팔자라면 일찍 빌어먹어야지, 외삼촌 집안까지 망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만류하는 외삼촌을 뿌리치고 동생과 함께 집을 나와 정말 거지가 되어 하루하루를 구걸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제는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였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산다면,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도 편안하지가 못할 것이니 산으로 들어가서 숯이나 구워 팔면서 공부도 하고 무술도 익히자."
그들은 산속에 들어가 숯을 구웠고, 틈틈이 글도 읽고 검술도 익혔습니다. 그리고 숯들을 다발로 묶은 후 단정한 글씨로 "이 숯은 저희들이 정성을 들여 구운 것입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마음 놓고 쓰십시오." 하고 편지까지 써서 집집마다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꾸준히 숯을 보시하자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던 마을 사람들도 감사하게 생각하였고, 마침내 숯이 도착할 시간이면 "양식에 보태라."며 쌀을 대문 밖에 내어놓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 형제는 먹을 만큼 이상의 양식은 절대로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두 형제 소문은 온 동네로 퍼져나갔고, 그 소문을 듣고 외삼촌이 찾아와 "잠깐이라도 좋으니 집으로 들어가자."고 간청하였습니다. 그들이 집에 이르자 때마침 일행선사도 오셨는데, 배도를 보더니 깜짝 놀라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