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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가 가족이 되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9-15 조회수 3425
원수가 가족이 되다

세상에는 원수 같은 자식이 있습니다. 원수 같은 부모도 있습니다. 가족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인데 어째서 그렇게 만나게 될까요? 가족이 되려면 오랜 세월, 셀 수 없는 세월동안의 인연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조선시대 말, 충청도의 한 고갯마루에서 자식도 없는 내외가 조그마한 주막을 차려 근근이 살림을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어느 날 갑자기 큰 기와집과 논밭을 사들여 마을 안의 제일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없던 자식도 해마다 낳아 슬하에 세 아들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들 부부는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아들들을 키웠고 글공부도 많이 시켰습니다. 세 아들은 모두 과거에 응시해 한꺼번에 급제하였습니다.

과거에 급제한 세 아들이 한양에서 돌아오는 날, 내외는 잔칫상을 차려놓고 마을 사람들과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세 아들은 마을 어귀로 들어섰고 부모와 마을 사람들은 환호하며 영접하였습니다. 아들들은 부모님께 절을 올리려고 말에서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셋 모두가 발을 헛디뎌 땅바닥에 굴러 떨어지더니 아들 셋이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순식간에 잔칫집은 초상집으로 바뀌었습니다. 두 내외는 청천벽력 같은 이 일이 귀신 때문이라 생각하고 고을 원님을 찾아가 아들들의 원수를 갚아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원님은 내외를 위로하고 보낸 후, 측은한 마음이 떠나지 않아 귀신을 불러 물어보리라 생각하고 이방을 불렀습니다.

"이방은 쌀을 일곱 번 쓸고 일곱 번 씻어 밥을 지은 다음, 밥상을 차려 방죽 옆의 다리 위에 차려 놓아라."
이어서 원님은 편지를 한 장 써서 담력이 큰 사령에게 주며 말했습니다.
"오늘 밤 자정에 방죽 옆의 다리로 가면 밥상을 받고 있는 늙은이가 있을 것이니, 그분들에게 이 편지를 전해드려라."

자정이 되어 사령이 다리로 나가자, 과연 노인장 세 분이 밥상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사령이 원님의 편지를 전하자, 노인장들은 편지를 읽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습니다.

"시장하던 차에 대접도 잘 받았고 이 고을에 왔으니 원님을 만나보고 가는 것도 좋겠군!"

그리고는 담이 큰 사령을 따라왔습니다. 원님은 그들을 방안으로 모신 다음 따졌습니다.

"아무리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염라대왕의 사자라고는 하지만, 이제 막 과거에 급제한 꽃다운 목숨을 셋씩이나 한꺼번에 앗아가다니! 그렇게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다루어도 됩니까?"

"허허, 사실은 세 젊은이가 전생의 원수인 부모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죽은 것이외다. 2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유기장수 세 사람이 고갯마루의 주막에서 하룻밤을 묵었을 때 주인 내외가 한밤중에 그들을 죽여 돈을 빼앗고 시체는 마구간 밑에 묻었지요. 주막집 내외는 부자가 되었고 원통하게 죽은 세 유기장사는 원수를 갚기 위해 주막집 내외의 아들로 태어났던 것이지."

이 말을 마치고 세 늙은이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원님은 날이 밝기가 무섭게 사령들을 파견하여 고갯마루 주막집의 마구간 밑을 파헤쳐 보도록 하였습니다. 과연 염라대왕 사자들이 말한 대로 마구간 밑에는 시체 세 구가 썩지도 않은 채 있었습니다. 원님은 곧 두 내외를 잡아들여 죄를 자백 받고 그들을 처벌하였습니다.

우리는 오랜 영겁의 세월 동안 많은 업을 지으며 살아왔습니다. 그 중에는 가장 오래 시간을 함께 보낸 가족관계 속에서 지은 업이 가장 많습니다. 가족 사이에는 좋은 업도 있지만 크고 작은 나쁜 업을 많이 지으며 삽니다. 그 업이 또 미래의 관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만약 가족 중에 속을 썩이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전생의 업을 갚으라고 찾아온 인연일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가족으로 맺은 인연을 잘 갈무리해야 합니다. 항상 참회하는 마음으로 가족을 대해야 합니다. 맺힌 것이 있으면 풀고, 좋은 인연이라도 늘 조심하며 말과 행동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가족이라고 함부로 하면 다음 생에 또 다시 나쁜 인연으로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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