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때 참봉벼슬을 하던 홍기섭이란 사람이 살았습니다. 홍 참봉은 성격이 강직하고 검소해서 살림살이가 매우 어려웠지만 늘 의연하게 살았습니다. 하루는 그의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도둑은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 보았지만 가져갈 물건을 찾지 못했습니다. "허허, 내가 비록 도둑질을 해서 먹고 살지만, 솥단지에 당장 해 먹을 곡식도 없으니 나보다 더 딱한 양반일세." 도둑은 혀를 차다가 동정심이 일어나서 솥단지에다 몇 냥의 돈을 넣어주고 갔습니다. 이튿날, 하인이 돈을 발견하고는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어르신, 간밤에 누가 솥 안에 돈을 넣어 두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정직하게 사시니까 아마도 하늘에서 내리신 선물인가 합니다." 그러나 홍 참봉은 "시끄럽다. 어찌 하늘에서 돈이 떨어진단 말이냐! 누군가 착각을 하고 간 모양이니 주인을 찾아 주어야겠다." 그리고는 대문 앞에 주인을 찾는 방을 써 붙이게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홍 참봉 집 앞에 붙은 방을 보고 웅성거렸습니다. 마침 도둑이 그 집 앞을 지나다가 그 방을 보고는 이상하게 생각하고는 홍 참봉을 찾아갔습니다. 도둑은 홍 참봉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이실직고 하였습니다. "어르신, 사실은 제가 도둑이온데 어제 도둑질을 하러 댁을 방문했다가 너무 어렵게 사시는 걸 보고 딱한 생각이 들어서 놓고 간 것입니다. 그러니 다른 생각 마시고 그냥 쓰시기 바랍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홍 참봉은 크게 꾸짖었습니다. "네 이놈! 당장 돈을 갖고 물러가라. 아무리 가난하기로소니 아무 이유 없이 남의 돈을 받을 까닭이 없다. 더구나 도둑의 돈을 쓰면 나 또한 도둑과 다를 바 없지 않느냐!" 도둑은 홍 참봉의 말에 크게 감동하여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았으며 홍 참봉은 평생을 부끄러움 없이 살았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을 잘 지키는 것도 수행입니다. 홍 참봉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만 그 청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