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명 선거인단 역할 막중한 때 문중-소속단체 이해떠나 투표해야 견지동 일대 회자되는 흉흉한 소문 공심으로 투표하면 힘 발휘 못할 것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지켜보노라니 자연스럽게 공심(公心)이란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공심, 즉 공평한 마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또 자기 개인으로서의 생각으로 욕심을 채우려는 마음, 즉 사심(私心)의 반대말이기도 하지요.
모름지기 조계종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일은 단순히 조계종의 행정수반을 뽑는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조계종의 수장은 곧 한국불교 전체의 수장이고, 우리나라 종교계의 대표자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막중한 자리를 담당하게 될 스님을 선출함에 있어, 사심보다는 공심이 기준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개인보다는 교구, 교구보다는 종단, 종단보다는 불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공심만이 이번 선거를 정상적으로 치르는 토대이며 원칙일 것입니다.
선거를 통해서, 또는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대가로 권력을 분점하거나 이권을 챙기는 것은 따라서 사심을 도구로 종단을 위해하는 행동이며, 불교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추태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누가 뭐래도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분들은 선거인단으로 선출된 320명의 스님들입니다. 선거인단 스님들은 마땅히 자신의 한 표에 종단과 불교의 명운이 달렸다는 비장한 자세로 선거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친분관계, 문중의 입장, 개인이나 소속 집단의 이해에 의해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곧 불조에 부끄러운 일이라는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 21일 총무원장 후보 등록과 함께 선거가 본격화되었습니다. 다음 주 신문에서는 새로운 총무원장을 소개하는 기사로 주요 지면을 채우게 될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선거일까지 얼마나 정당하게, 그리고 공명하게 선거운동을 벌일 것인가 입니다. 또 공심으로 투표에 임하는 선거인단이 얼마나 될 것인가 만이 변수로 남아있습니다. 선거인단 스님들은 대부분 조계종단에서 핵심적 위치에 있는 분들입니다. 종단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간절한 분들이시니 분명 공심으로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선거일이 임박해갈 수록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새로운 지도자와 함께 불교발전을 위해 새 출발할 것이라는 희망보다는 걱정스러운 면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의 자격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또한 선거가 끝나면 종단에 분규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등의 흉흉한 소문이 견지동 일대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후보를 둘러싼 소문들이 흘러 다니는 풍문이 아니라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소문들이 어느 정도 근거를 갖고 있는지는 당사자들 이외에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소신 있고 엄격한 선거관리만이 이런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개연성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불교가 중흥의 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는 오직 공심에 의한 투표에 달려 있습니다. 선거인단 스님들, 첫째도 공심 둘째도 셋째도 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