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다. 수경사사건의 이면에는 너무나 커서 보이지 않는 거대이익집단들이 계획적으로 저지른 일임에도 불구하고 세인들의 관심은 물론 그 피해당사자인 불자들의 생각 속에서도 멀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난다고 진실을 묻어버릴 수는 없는데도 말이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모범이 되고있는 어느 단체는 30년이 넘도록 한가지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있는 것을 보면서, 정법(正法)의 길을 간다는 수행자[불자]로서의 내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잘못된 사실을 시간 속에 묻어버리거나 용서라는 이름으로 덮어두는 것은 소독하지 않은 상처를 꿰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소독하지 않은 상처는 반드시 곪아터지듯이 이번 수경사사건을 이대로 간과한다면 언제 어디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또다시 일어날지 모르며, 이익집단의 검은 힘이 이번에는 내 자신을 공격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부처님은 중생의 잘못을 단 한번도 용서와 자비라는 이름으로 덮어둔 적이 없다. 지금 우리가 행동하는 것처럼 용서와 자비라는 이름으로 잘못을 덮어둔다면 그것은 또 다른 악을 더욱 키우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일은 시간 속에 묻어 버리거나 흔히 말하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하고 용서해야 할 일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어리석은 중생들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고 참회하여 성불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끌었듯이 최소한의 의식이 있는 불자라면 수경사 사건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한다.
이번 일에 무관심했던 일부단체에서는 '언론중재위'에서 <수경사 반론보도 결정>을 이끌어낸 '불교언론대책위'의 노력을 애써 외면하는 발언으로 자신들의 허물을 덮어버리려고 한다. 그러나 수경사 사건의 전모를 바로잡는다면 '언론중재위'의<수경사 반론보도 결정>은 시작에 불과한 아주 작은 일이며, <반론보도> 결정보다 수 십 배 큰 일을 얻어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불교계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하며, 자신이 담당하고있는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우리 모두 나서서 악연(惡緣)을 선연(善緣)으로 바꾸는 지혜(智慧)를 키우고 삿된 것을 부수고 바른 이치를 나타나게 하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호법정신(護法精神)을 십분 발휘 할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