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TT


해당 게시물을 인쇄, 메일발송하는 부분 입니다.
의 게시물 상세내용 입니다.
동지불공(冬至佛供)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12-22 조회수 3487
동지불공(冬至佛供)

동지는 명일이라 일양(一陽)이 생하도다.
시식(時食)으로 팥죽 쑤어 이웃과 즐기리라.
새 책력 반포하니 절후는 어떠한고.
해짧아 덧이 없고 밤 길어 지루하다.

<농가월령가>에 실린 구절입니다.

오늘이 일 년 중에서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입니다. 한 해의 절기 중 마지막 날이기도 한 동지는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음에 있어 잡귀와 재앙을 쫓고 복을 구한다는 원화소복(遠禍召福)의 뜻을 갖고 있는 민간풍습인데, 이것이 불교와 접해 하나의 행사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신라와 고려 때에는 중동 팔관회라 하여 국가적인 행사로 온 국민의 축제일이기도 하였습니다. 동지를 '다음 해가 시작되는 날'이라는 뜻으로 아세(亞歲)라고 하고, '작은설'이라고 축하하며 궁중에서는 원단(元旦)과 동지를 가장 으뜸되는 축일로 생각하고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또 궁중에서는 관상감에서 만들어 올린 달력을 모든 관원들에게 나누어 주어서 이것을 여름에 부채를 주고받는 풍속과 아울러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하였습니다. 민가에서는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그 속에 찹쌀로 옹서래미를 만들어 넣어 이웃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또 이날 역귀를 쫓는다하여 귀신이 무서워 한다는 팥죽 국물을 벽이나 문짝에 뿌리기도 했습니다.

이 동짓날 불자님들께서 부처님 전에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올리는 것은 밤의 길이가 낮의 길이로 바뀌듯이 우리 불자님들의 생활도 어둡고 답답한 일들이 밝고 시원한 일로 바뀌기를 부처님께 발원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지는 한 해 동안 두루 두루 지었던 죄업을 참회하며 미래에는 죄업은 짓지 않고 많은 공덕을 닦아 깨달음을 성취하겠다는 각오를 세우는 날이라 하겠습니다.

동양의 역학(易學)에서는 이 날을 양(陽)이 비로소 생(生)하는 날이라고 봅니다. 음양(陰陽)이 상징하는 의미에 대해 살펴보면 음(陰)은 검은색, 북쪽, 여자, 물, 밤, 귀신, 죽음 등을 상징하고, 양(陽)은 붉은색, 남쪽, 남자, 불, 낮, 태양, 희망 등을 상징합니다.

즉 붉은 색은 태양을 상징하며 어둠을 물리치고 광명을 선사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아들을 낳으면 빨간 고추를 문 앞에 매달고, 딸을 낳으면 검정숯을 새끼줄에 끼어 매달아 놓던 풍속도 여기서 비롯된 것입니다.

특히 옛날 사람들은 귀신이 어두운 밤에만 활동하고, 밝은 곳에서는 꼼짝을 못한다고 믿었습니다. 또 귀신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밝은 빛이나 붉은 색을 보면 달아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부적을 쓸 때 경면주사 같이 빨간색으로 부적을 쓰는 것입니다.

동지날은 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기에 귀신들이 가장 많이 활동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날 귀신의 활동을 막기 위해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온 집안 구석구석 뿌리는 풍속이 생긴 것입니다.

또 사람이 병이 드는 것도 귀신의 소행이라 믿었기 때문에 몸 에 들어와 있는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다함께 빨간 팥죽을 쑤어 나누어 먹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붉은 팥에는 몸속의 중금속을 해독하는 성분이 있다고 하니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습니다.
귀신이란 불교용어로 표현하면 마(魔), 마장입니다. 도고마성(道高魔盛)이란 말이 있는데, 공부가 익어갈수록 마의 방해가 심해진다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공부하는 사람은 늘 마의 장애를 물리치고자 합니다. 마음닦는 수행자나 불자에게 귀신, 마구니는 바로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는 삼독심(三毒心)에서 옵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 독한 마음을 우리 마음 가운데서 깨끗이 비우고 맑고 밝은 마음을 닦으면 그 어떤 귀신도 나를 흔들 수 없는 것입니다.

통상 절에서는 동짓날 세 가지 재난(三災)을 물리치고자 동지 불공을 올립니다. 불교에서는 성(成), 주(住), 괴(壞), 공(空)의 사겁(四劫)으로 세상이 났다가 소멸하는 세계관이 있는데 세계가 성립되어 머무르고 텅 빈 기간의 끝에는 세 가지의 재난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즉 탐내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을 일으켜 칼로 살상하는 도병(刀兵) &#8231; 질병 &#8231; 기근의 소삼재가 있고 수재 &#8231; 풍재 &#8231; 화재의 대삼재입니다. 절에서는 이날 모든 삼재를 물리쳐 나라가 화평해지고 국민이 평안해 지도록 국태민안의 대원을 발하며 기도를 올립니다.

옛날 중국의 총림(叢林)에서는 동지를 동재라 하여 절의 주지 스님이나 일반 신도가 시주가 되어 동짓날에 대중을 위하여 베푸는 재회를 봉행하였다고 합니다. 또 동지를 동년이라 하여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여 왔으며 동지의 전야를 동야(冬夜)라 하여 성대하게 치루었다 합니다.

이날이 되면 연말연시를 맞아 젊은 스님들이 노스님들을 찾아가서 "일 년 동안 지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비로운 가르침을 바랍니다." 하고 인사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동지라는 것도 우리네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일 뿐, 부처님 법으로 볼 때는 짧았던 낮의 길이가 길어진다고 해서 인간이 더욱 행복해 지는 것도 아니고 팥죽 한 그릇 더 먹는다고 해서 길하고 흉하는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불자로서 동지를 맞이해 부처님께 정성으로 팥죽을 공양올리고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진정한 공덕이 어디에 있을까를 새삼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이렇듯 동지는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음에 잡귀와 재앙을 멀리하고 복을 구하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부처님 전에 간절한 마음으로 지난해를 참회하면서 소원을 빌어 복을 지으려는 민간의 따스한 풍속입니다.

언젠가부터 젊은 층으로부터 할로윈데이니, 화이트데이니 하면서 서구풍속들이 우리들 생활 속에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아름다운 풍속인 단오나, 칠석, 동지 등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나마 사찰을 통해 미풍양속들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은 큰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동지를 추운 연말 이웃을 돌아보고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우리의 풍속으로 더 발전시켜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동지를 맞으며 우리 불자들은 광명과 지혜를 상징하는 붉은 팥죽공양을 올리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모든 잡된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을 몰아내고, 환하고 밝은 마음을 가득 채워 새로운 각오와 발원의 기도를 올려야 하겠습니다.
download : 첨부된 파일이 없습니다.
이전글 :   삼천배 참회
다음글 :   수월관음도
리스트
게시물 수 : 337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87 업과 인과   관리자 14.12.29 3,601
86 동지불공(冬至佛供)   관리자 14.12.22 3,487
85 삼천배 참회   관리자 14.12.15 3,084
84 불교 공부의 이유와 목적   관리자 14.12.09 3,445
83 바른 우바새로 사는 길   관리자 14.12.01 3,204
82 믿음의 열 가지 뜻   관리자 14.11.24 3,313
81 마의상서(麻衣相書)를 다시 쓴 이유   관리자 14.11.17 3,960
80 곤궁한 보를 받는 인연   관리자 14.11.10 3,370
79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보라   관리자 14.11.03 3,326
78 칠법불가피   관리자 14.10.27 3,519
<<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