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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짐을 진 스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8-25 조회수 3277

옛날 지리산 천은사에 남곡(南谷)이라는 스님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스님은 실상사에 갔다가 벽소령 고개를 넘게 되었습니다. 스님이 산길을 접어든지 얼마 안돼 소금가마를 짊어진 소금장수를 만났습니다. 소금장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걸었습니다. 가파른 산길을 만나자 헐떡거리며 힘들어 했습니다. 스님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비지땀을 흘리는 소금장수를 앞질러갈 수가 없었습니다.

"여보세요, 짐 좀 져드릴까요?"
"아이구 스님, 그래도 되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지게를 진 스님이 앞장서 힘차게 걸음을 옮기자 노인은 미안해하며 스님의 뒤를 따랐습니다. 노인도, 스님도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그러나 조금 지나 스님도 힘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마를 줄줄 타고내리는 땀방울은 온몸을 적셨습니다. 스님의 머리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다리도 조금씩 후들거렸습니다. 숨을 헐떡거리면서 걸음을 재촉하다가 그만 돌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소금가마가 언덕 아래로 굴렀습니다.

"에 헤이! 이런 변이 있나. 이를 어쩔꼬!"
소금장수의 비명에 넘어졌던 스님은 벌떡 일어나 비탈을 뛰어 내려갔습니다. 다행히 가마니가 풀어지긴 해도 소금은 약간만 흩어졌습니다. 스님은 가마니를 수습한 후 쏟아진 소금도 옷자락에 담아 올라 왔습니다. 그런데 보고 있던 노인이 스님을 위로하기는커녕 성난 얼굴로 면박만 주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어쩌다 그리되었으니 용서하십시오."
"미안하다면 다요, 소금이 다 쏟아졌으면 어쩔 뻔했어?"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지 뭡니까?"
"뭐요, 불행 중 다행이요? 남의 물건을 짊어졌으면 조심해야지, 소금까지 쏟아놓고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이요?"

스님이 미안하다고 거듭 말해도 노인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묵묵히 참았습니다.

"어디서 잘했다고 대들어!"
"당신이 대들었지 내가 대들었오, 나는 미안해서 자꾸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소.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짐이나 짊어지고 어서 갑시다."
"남이야 지고 가건 말건 네가 무슨 상관이야?"
"허, 이렇게 빡빡한 양반은 처음 보겠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찌하겠소. 재수가 없으려니 생각하고 이해하십시오."
"뭐, 나보고 빡빡한 양반이라고? 건방진 놈 같으니라고, 네 이놈 맛 좀 봐라."

소금장수는 화가 잔뜩 났는지 주먹으로 뺨을 마구 치고, 멱살을 잡고 발길질을 했습니다. 스님은 어이가 없었지만 참았습니다.

'이 노인도 나의 스승이려니…….'

스님이 계속 참고 있자 얕봤는지 이번에는 큰 돌멩이를 잡아 머리를 치려고 달려들었습니다. 스님은 그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스님이 워낙 힘이 장사라 두 손에 힘을 주니 돌멩이가 뚝 땅에 떨어졌습니다. 스님이 손을 놓자 그제서야 노인은 지게를 다시 지고 씩씩거리면서 고갯길을 올라갔습니다.

"참으로 가련한 인생이로고. 저런 사람과 사는 처자식은 얼마나 속이 상할까?"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스님은 염불로 마음을 다스리며 다시 뒤를 따랐습니다. 그런데 노인은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비지땀을 흘리며 끙끙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또 마음이 아팠습니다.

"힘드시죠?"
"네, 힘듭니다."
"아까는 내가 조심하지 않아 넘어뜨렸지만 이번에는 잘 져다 드릴 테니 내려놓으십시오."

스님의 자비스런 음성에 누그러졌는지 노인은 말없이 지게를 내려놓고 스님을 바라보았습니다. 스님은 웃는 낯으로 기분 좋게 지게를 짊어졌습니다. 스님은 발걸음에 맞추어서 염불하면서 천천히 걸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얼마쯤 가다가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지게를 내려놓고 스님이 잘 가시라 인사하니 소금장수는 그때서야 입을 열었습니다.

"스님은 어느 절에 계시오?"
"예, 천은사에 삽니다."
"나는 지금까지 세상에 도인이 있다는 말만 들었지 여태까지 만나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에야 비로소 도인을 뵌 것 같습니다. 미처 내가 속이 없어 스님께 행패를 부려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내 잘못이지 처사님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제 잘못입니다. 스님 같은 도인에게 행패를 부려 다음에 어떤 과보가 올지 두렵습니다."
"내가 무슨 도승입니까. 이렇게 함께 길을 걸어가는 도반일 뿐입니다. 뒤에 과보가 올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스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서로 웃는 낮으로 헤어졌습니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스님이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있는데 낯익은 노인이 찾아왔습니다. 소금장수 노인이 가족을 데리고 떡과 엿을 빚어 스님께 공양 올리고자 찾아온 것입니다.

"어허, 영감님이 여긴 웬일이요?"
"스님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이 분이 바로 그 부처님이시다."

반갑게 맞이하는 스님께 노인은 아내와 아들, 두 딸과 함께 길바닥에 넙죽 엎드려 오체투지하며 절을 올렸습니다. 노인은 집에서 가족들에게 스님이야말로 2천 년 전 인도의 석가모니부처님이 다시 오신 분이라 했던 것입니다. 소금장수 가족은 대중스님들께 정성스럽게 공양을 올린 뒤 며칠 동안 절일을 돕고 떠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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